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유엔 총회에서 미국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추진하겠다고 재확인했다. 특히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진전’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 아프가니스탄 전쟁 종료 이후 인도태평양 지역에 역량을 집중해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
미국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은 미국의 일반론적인 대외정책을 언급하는 자리이기는 하다. 하지만 미국이 당면한 북한 중국 이란 문제를 모두 언급하는 등 주요 외교 현안 해결에 힘을 쏟겠다는 의지를 구체적으로 밝혀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76차 유엔 총회에서 취임 후 첫 연설에 나섰다. 그는 특히 북한 및 한반도 현안과 관련,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하기 위해 진지하고 지속적인 외교를 모색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한반도와 역내의 안정을 증진하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주민들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실질적인 약속의 실행가능한 계획을 향해 ‘구체적인 진전(concrete progress)’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바이든 대통령의 북한 및 한반도 관련 발언은 이란의 핵무기 확보 저지와 이란 핵합의 준수 문제를 언급한 뒤 나왔다. 이란 문제와 마찬가지 논리로 북한 문제에 대한 미국의 원칙론과 외교적 해결 의지를 강조한 셈이다.
특히 북한이 지난 11, 12일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15일 탄도미사일을 잇따라 시험 발사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를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의 무력 도발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하는 동시에 미국은 대화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한 것이다.
다만 북한 문제와 관련해 구체적인 제안이나 진전된 방안을 내놓지는 않았다. ‘구체적인 진전’이라는 표현도 북미 비핵화 협상 시 미국 측 양보안보다는 한미가 준비 중인 대북 인도적 지원 추진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바이든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이 특별한 전기가 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견제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뜻도 확실히 했다. 그는 “미국이 초점을 인도태평양 같은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며 “동맹과 우방을 옹호하고, 약자를 지배하려는 강대국의 시도에 반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는 유엔과 같은 다자기구를 통해, 동맹 우방과 그렇게 할 것”이라고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강대국의 악의적 행동 사례로 무력에 의한 영토 변경, 경제적 강압, 허위정보 유포 등을 꼽기도 했다. 대만 위협, 호주 등 미국 우방 국가와의 경제 갈등 같은 중국의 최근 행태를 간접적으로 지적한 것이다. 특히 “미래는 그들 국민이 자유롭게 숨 쉴 수 있도록 하는 이들에게 속하지 압제 권위주의로 숨을 막는 이들에게 속하지 않는다”라며 중국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또 “우리는 핵심 국익을 수호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힘을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은 테러를 포함한 공격에 맞서 우리 자신과 동맹, 국익을 계속 수호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신냉전이나 경직된 블록으로 나뉜 세계를 추구하지 않는다”며 “미국은 다른 분야에서 강한 불일치가 있다고 해도 공동 과제의 평화적 해결을 강화하고 추구하는 어떤 나라와도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군사력 사용은 마지막으로 의지하는 수단이 돼야 하지 처음이 돼서는 안 된다”라고도 했다.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는 맞서겠지만 심각한 갈등 수준으로 먼저 끌어올리지는 않겠다는 뜻이 담겨 있다.
미 CNN방송은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 등에 맞서기 위해 군사력보다는 외교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구상을 구체화한 것”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