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비전펀드, 안 판다던 '쿠팡' 주식 2조 원 매각

입력
2021.09.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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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스타트업 투자 손해 만회… '자금 회수'
한국 IT 업체 규제에 대한  부담도 작용한 듯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 산하의 비전펀드가 쿠팡 주식 16억9,000만 달러(약 1조9,886억 원)어치를 매각했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보고서에 따르면 비전펀드는 지난 14일 보유 중인 쿠팡 클래스A 주식 5,700만 주를 주당 29.685달러에 매각했다. 이는 전체 보유 지분의 약 10% 수준으로, 2조 원 규모다.

업계에선 쿠팡 지분의 이번 매각은 중국 스타트업 투자 손실을 만회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비전펀드는 차량공유업체 디디추싱에 지분 20.1%를 보유하고 있는데, 중국 정부의 정보기술(IT) 기업 규제로 약 40억 달러(약 4조5,000억 원)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소프트뱅크는 손실 만회를 위해 지난 2분기 당시에도 페이스북, 우버, 넷플릭스 등 140억 달러(약 16조4,000억 원) 주식을 매각한 바 있다. 당시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 등의 재원 조달을 위해 자금을 순환해야 한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국내 IT 기업에 대한 정치권과 정부의 적극적인 규제 움직임도 비전펀드의 이번 쿠팡 지분 매각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가 중국에 이어 한국 주식 매각까지 서두르고 있다"며 "무엇보다 정부의 규제가 본격화하면서 네이버, 카카오 주가가 하락한 것이 쿠팡 매도를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은 이에 대해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비전펀드는 지난 2015년과 2018년 두 차례에 걸쳐 쿠팡에 약 30억 달러(약 3조4,500억 원)를 투자했다.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면서 비전펀드는 쿠팡 클래스A 기준 37%의 지분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전펀드는 쿠팡 상장 이후 "쿠팡의 성장을 믿기 때문에 지분을 팔지 않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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