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두환 세력 몰아내려는 '역쿠데타' 알고도 반대했다

입력
2021.09.16 13:29
외교부,  5·18 관련 美 비밀해제 문서 공개

미국이 1979년 12ㆍ12 사태로 권력을 장악한 전두환 신군부 세력을 몰아내려는 한국군 내부의 ‘역(逆)쿠데타’ 모의 동향을 알고도 “쿠데타보다 더 큰 파장”을 우려해 반대한 사실이 미 정부 문서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16일 지미 카터 전 미 대통령 기록관으로부터 5ㆍ18 민주화운동과 관련한 미국 측 비밀해제 문서 사본 882쪽을 추가로 전달받았다고 밝혔다. 해제 문서에 따르면 1980년 2월 주한 미국대사관은 “이범준 장군(General Rhee Bomb June)에게서 한국군 내 반(反)전두환 음모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고, 군 내부 분열은 12ㆍ12 사태 때보다 더 큰 파장을 가져올 수 있다”며 “최규하 대통령에게 모의 정보 및 미 행정부가 양측에 강한 경고를 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니 상부 승인을 바란다”는 내용을 백악관에 보냈다.

12ㆍ12 사태 직후인 1980년대 초 군부 역쿠데타 음모설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지만, 미국 측 외교 전문에서 관련 내용이 확인된 건 처음이다. 미 행정부에 이런 모의 움직임을 제보한 인물도 이번 공개 문서를 통해 특정됐다. 당시 국방부 방산차관보로 추정되는 이범준 장군은 12ㆍ12 사태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져 제보자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러나 2007년 11월 숨져 실제 제보 여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5ㆍ18민주화운동진상규명조사위원회는 “음모 정보를 미국 측에 알려준 ‘이범준’ 장군의 정확한 신분 파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밖에 문서에는 당시 윌리엄 글라이스틴 주한 미국대사가 1980년 5월 9일 전두환 보안사령관을 만나 공수부대의 수도권 이동을 항의하고 학생 시위를 무력으로 진압하지 않도록 권고했다는 기술도 담겼다. 미국도 군부를 완전히 장악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권력을 인정한 대목이다.

미 행정부는 지난해 5ㆍ18 40주년을 기념해 관련 문서 43건을 비밀해제한 데 이어 올해도 35건을 추가 공개했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가 요청한 미 국무부 문건 80건 중 78건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