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5일 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하면서 임기 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불씨를 되살리려던 문재인 정부의 구상도 점점 멀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11, 12일 북한의 신형 장거리 순항미사일 시험발사 때만 해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지만, 탄도미사일까지 등장하자 결국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며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이날 서훈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 상임위원회 긴급회의를 열고 북한의 연속된 미사일 발사 도발에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배경 및 의도를 정밀 분석하면서 공조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북한 내부ㆍ군사 동향을 면밀히 주시해 상황에 맞춰 필요한 조치를 강구할 방침이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도 이날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 및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ㆍ대양주국장과 각각 통화하고 북한 탄도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평가를 공유했다.
청와대와 정부의 태도는 이틀 전과 크게 달라졌다. 북한 매체가 13일 장거리 순항미사일 발사 성공을 공개했을 당시 정부 안에선 이를 ‘도발’로 규정하지 않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보수 야권의 거듭된 비판에도 NSC를 열지 않을 만큼 정부 입장은 확고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탄도미사일 발사 전날에도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순항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것이 아니다”라며 “2017년 11월 이후 북한은 소위 ‘전략적 도발’을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누누이 강조했다.
정부의 느슨한 반응은 단절된 남북대화의 끈을 어떻게든 잇겠다는 의도로 읽혔다. 정황은 충분했다. 한미는 14일 일본 도쿄에서 북핵수석대표 협의 등을 통해 대북 인도적 협력사업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19~23일(현지시간) 유엔총회에 참석해 ‘한반도 운전자론’ 재가동 의지를 밝히려는 것도 남북관계를 다시 선순환 궤도로 올려 놓자는 의미였다.
순항미사일과 달리 탄도미사일은 대북 제재 위반 사항이라는 점이 문제였다. 정부 당국자는 “(탄도미사일 발사는) 북한 스스로 유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한 국면 전환 시도이지만,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진전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봐야 한다”며 “우리 입장에선 좋지 않은 구도”라고 평가했다.
내년 5월 임기를 마무리하는 문 대통령으로선 남북대화를 되살릴 적당한 지렛대가 없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7월 28일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을 맞아 가까스로 재가동한 남북 통신선은 2주 만에 또 끊긴 뒤 계속 단절 상태다. 올해 도쿄 하계올림픽에 불참한 북한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내년 2월 열리는 베이징 동계올림픽 참가 자격을 박탈당하면서 중국에서 ‘제2의 평창’을 꿈꿨던 정부의 막판 대북 계획도 실현 가능성이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