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탈레반의 억압된 복장 규정에 항의하기 위해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자신의 모습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는 온라인 캠페인 운동을 벌이고 있다. 20년 만에 재집권한 탈레반이 머리와 목을 가리는 두건인 '히잡'을 의무화하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가리는 '부르카' 착용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CNN 등에 따르면 11일 아프칸 수도 카불의 한 대학에서 진행된 탈레반 집회에 수많은 여성들이 검은 부르카 혹은 눈만 내놓고 전신을 가린 '니캅'을 입고 참석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SNS을 통해 '#DoNotTouchMyClothes(내 옷에 손대지 마)', '#AfghanistanCulture(아프간 문화)' 등 해시태그와 함께 형형색색 전통의상 사진을 올리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최근 탈레반은 대학 내 남녀 성별 분리를 의무화했다. 또한 여성인 학생과 교사, 직원들은 샤리아법에 따라 히잡 등을 착용해야 한다고 CNN은 보도했다.
이 운동은 아프간 아메리칸대에서 역사학 교수로 재직했던 바하르 자랄리 교수가 시작했다. 자랄리 교수는 자신의 SNS에 전신을 가린 검은 부르카 등을 입고 탈레반 집회에 참석한 여성들의 사진을 올리며 "아프간 역사상 이런 옷을 입은 여성은 없었다"며 "이것은 아프간 문화와는 완전히 이질적"이라고 글을 썼다.
그는 이어 "탈레반이 퍼뜨리는 잘못된 정보를 알리고 불식시키기 위해 아프간 전통의상을 입은 내 사진을 올렸다"고 덧붙였다.
자랄리 교수를 따라 다른 아프간 여성들도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게재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기자인 사나 사피는 화려한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을 올리며 "만약 내가 아프간에 있었다면 나는 스카프를 머리에 두르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것이 최대한 보수적이고 전통적"이라고 썼다.
또 다른 BBC방송 기자인 소다바 하이다레도 SNS에 전통의상을 입은 사진과 함께 "이것은 우리의 전통의상"이라며 "우리는 색을 좋아한다. 심지어 우리의 쌀과 깃발에도 색이 있다"고 적었다.
지난달 카불을 탈출한 아프간 가수이자 활동가인 셰키바 테이모리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히잡은 카불이 함락되기 전에 있었다"며 "그것은 정부가 아니라 가족의 결정에 따른 것이었다"고 말했다.
아프간 여성들은 지난달 재집권한 탈레반에 의해 또다시 억압에 시달리고 있다. 1996~2001년 아프간을 통치했던 탈레반은 당시 여성들에게 폭력, 강제 결혼 등을 일삼았다.
CNN은 "탈레반은 20년 전처럼 여성들에게 가혹한 조건을 강요하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거리에서 여성들이 실종되는 등 아프간 국민들은 앞날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