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재점령해 본격 통치에 들어간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0억 달러(약 1조1,750억 원) 지원을 약속한 국제사회에 감사함을 표현하면서 미국에는 대피작전에 협조한 대가를 요구했다.
14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탈레반 과도정부 아미르 칸 무타키 외교장관은 이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국제사회가 10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한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이슬람에미리트(탈레반)는 투명한 방식으로 지원금을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미국과 독일 등 국제사회는 유엔 주최 고위급 회담에서 총 10억 달러를 인도주의 위기를 겪는 아프간에 지원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각국은 ‘향후 탈레반이 어떤 통치를 하느냐’에 따라 달렸다는 단서를 달았다.
무타키 장관은 탈레반이 미국의 철군 완료 작전을 도운 점을 거론하며 미국의 추가 지원을 요구했다. 자산동결과 제재를 통해 자금줄을 끊은 미국에 불만도 드러냈다. 그는 “마지막 한 사람이 대피할 때까지 미국을 도왔지만, 유감스럽게도 미국은 감사하는 대신 우리의 자산을 동결했다”라며 “미국은 큰 나라이기 때문에 관대함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달 탈레반이 수도 카불을 장악하자 아프간으로의 달러화 수송을 중단했다. 또 아프간 중앙은행이 미국 연방중앙은행 등에 예치한 자산을 동결했다. 아프간 측 해외 자산은 90억 달러로 이중 70억 달러가 미국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프간에 2002년 이후 총 53억 달러의 자금을 제공해온 세계은행(WB)도 아프간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
무타키 장관은 또 극단주의 테러 세력과도 거리를 두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탈레반은 지난해 미국과 맺은 합의에 따라 알카에다 등 무장세력과의 관계를 끊고 우리 영토가 다른 국가를 위협하는데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날 선거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다른 나라들은 아프간 내정에 간섭하지 말아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