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약한 목적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하는 승객, '수금' '몇 분 후 도착' 등을 언급하는 승객, 급하게 내리면서 요금을 현금 계산하는 승객.
최근 택시기사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힌 보이스피싱 범죄 조직원들이다. 피해자에게 돈을 뜯으려고 택시를 탔다가 여느 승객과는 다른 낌새를 알아챈 기사의 눈썰미에 덜미를 잡힌 것이다.
14일 경기남부경찰청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의 신고로 보이스피싱 범죄를 막거나 수거책을 검거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택시기사 A씨는 지난 8일 예약 앱을 통해 경기 남양주시에서 여주시까지 가자는 B씨를 태웠다. B씨는 당초 목적지와 다른 곳으로 가달라고 했고 이동 중 목적지를 또다시 바꿨다. 요금 10만 원은 신용카드가 아닌 현금으로 결제했다. 이를 수상히 여긴 A씨는 B씨가 내린 직후 112에 신고했고, B씨는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보이스피싱 사범으로 서울에서 5,000만 원을 가로챈 뒤 여주에서 또 다른 피해자에게 1,000만 원을 뜯어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범행 14건으로 총 4억5,000만 원을 챙긴 혐의로 B씨를 구속했다.
평택경찰서는 지난달 10일 택시기사 C씨의 신고를 받고 보이스피싱 범죄수익금 1,200만 원을 운반하던 수거책 D씨를 검거했다. D씨가 택시 안에서 통화하면서 ‘수금했다’ ‘이동 중이다’ 등의 말을 하자, C씨가 범행을 의심해 몰래 신고한 것이다. 안양시에서도 최근 경찰이 “손님이 돈봉투를 들고 누군가와 통화하면서 ‘언제 도착하느냐’ 등 이상한 대화를 했다”는 택시기사 신고를 받고 보이스피싱 수거책을 검거했다.
보이스피싱 사범 검거에 택시기사 기여도가 높은 이유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하루 수백㎞를 운행하면서 각양각색의 승객을 태우다 보니 수상한 언행을 쉽게 눈치채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한 택시기사는 경찰에 "본인(수거책)은 일반 승객처럼 보이려 하지만 우리 눈에는 부자연스럽고 어색한 모습이 다 보인다"고 신고 이유를 진술했다고 한다. 경찰 내부에선 보이스피싱 범죄 유형이 기존 계좌이체에서 대면편취로 바뀌는 경향이라 택시기사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는 분석도 있다.
경찰에 따르면 택시기사들이 밝힌 보이스피싱 연루 의심자는 △금융기관을 돌며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입출금하는 승객 △통화하면서 '현금을 ○○에 전달할 예정' 등 수상한 말을 하는 승객 △돈가방 및 돈봉투를 소지한 승객 등이다.
경찰은 범인 검거 및 범행 예방에 도움을 준 택시기사들에게 신고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택시기사의 신고가 보이스피싱 피의자 검거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의심 가는 승객은 112에 적극 신고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