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총선서 중도좌파연합 승리... '기후위기 대응' 석유산업 재편 주목

입력
2021.09.14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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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총선에서 야권 중도좌파연합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면서 승리를 거두고, 보수당 집권 8년에 마침표를 찍었다. ‘기후위기 대응’을 최대 쟁점으로 삼아 치러진 이번 총선 결과가 세계 15위 산유국인 노르웨이의 석유산업을 어떻게 재편하게 될지 벌써부터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노르웨이 국영 NRK 방송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총선 개표가 완료된 결과 5개 정당으로 구성된 중도좌파연합(노동당 중앙당 사회주의좌파당 적색당 녹색당)이 56.0%의 득표를 기록, 전체 169석 가운데 100석을 확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8년간 노르웨이 최장수 총리로 재임해 온 에르나 솔베르그(60) 총리가 이끄는 보수당 주도 중도우파연합의 의석 수는 68석에 그쳤다.

신임 총리로는 26.4%의 표를 얻어 원내 1당(의석 수 48석)에 오른 노동당의 요나스 가르 스퇴레(61) 대표가 오를 게 확실시된다. 이로써 북유럽 5개국 모두 1959년 이후 처음으로 62년 만에 중도좌파 정부를 갖게 됐다. 스퇴레 대표는 “공정한 사회를 원한다는 신호”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번 정권 교체는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한 각 당의 비전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노르웨이는 석유산업이 국내총생산(GDP)의 14%, 수출액의 40%를 차지하는 석유 부국이다. 그러나 지난달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화석연료로 초래되는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한 뒤, 이 문제가 총선의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노르웨이인의 35%가 석유산업 종식을 원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고, 대표적인 ‘친환경 정당’인 녹색당과 사회주의좌파당 지지율도 상승했다. 노동당도 풍력발전과 천연가스를 이용, 대체연료를 생산하는 ‘블루수소’ 개발 등을 약속했다. 반면 솔베르그 정부와 여당은 소극적 행보만을 보였다.

문제는 향후 연정 구성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일단 ‘연합’ 형태로 총선을 치르긴 했지만, 중도좌파 정당 5곳이 전부 연정에 참여할지는 미지수다. 석유산업 재편과 관련, 이들 정당 간 입장차가 워낙 큰 탓이다. 녹색당과 적색당은 ‘석유산업 완전 폐지’라는 급진적 주장을 내세우는 반면, 노동당은 ‘석유 시추ㆍ생산의 점진적 감소’라는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연정 구성 협상에선 석유산업 미래가 주로 논의될 것”이라며 “이번 협상이 노르웨이의 화석연료 생산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럽연합(EU)과의 관계도 숙제다. 유럽경제지역(EEA) 조약에 대한 노르웨이의 가입 여부를 두고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노동당은 조약 가입에 찬성하고 있지만, 중앙당과 사회주의좌파당 등은 EU에 회의적인 입장이라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김지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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