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까지는 지켜봐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는 13일 대선후보 경선의 초반 승부처로 꼽혔던 '1차 슈퍼위크' 결과와 관련해 "당초 1차 슈퍼위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의 본선행이 거의 확정될 거란 예측이 많았는데, 장담할 수 없게 됐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현재 1위인 이 지사는 대전·충남, 세종·충북, 대구·경북, 강원 경선에 이어 일반당원과 국민들이 참여한 1차 선거인단 투표에서 5연승을 거두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다만 전날까지 누적 득표율 51.41%로, 아슬아슬한 과반을 유지하면서 목표로 하는 결선투표를 생략한 본선행을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반면 '의원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친 이낙연 전 대표는 1차 슈퍼위크 이후 처음으로 30%대(31.45%)로 진입해 추격의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고 나섰다.
결국 승부처는 대의원·권리당원 20만 표가 걸려 있는 호남(25일 광주·전남, 26일 전북)이 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격차가 20%포인트(11만여 표)에 달해 호남에서 두 후보 간 순위가 뒤바뀔 가능성은 크지 않다. 관건은 결선투표 여부다. 만약 이 지사가 '호남이 전략적으로 선택한' 후보로서 인정을 받는다면 과반을 유지해 본선으로 직행할 가능성이 크다.
반면 이 전 대표가 고향인 호남에서 이 지사와의 누적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대로 좁힌다면 이 지사의 본선 직행을 저지하고 결선투표에서 막판 역전드라마를 도모할 기회가 생긴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이날 TBS 인터뷰에서 "결선투표가 있느냐, 없느냐를 호남이 결정할 것"이라고 밝힌 이유다.
이 지사 측은 본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밀어주는 호남의 '전략적 투표' 성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호남 유권자들도 앞서 네 차례 순회경선(대의원·권리당원)과 일반 당원과 국민이 참여한 1차 선거인단 투표까지 과반을 획득한 이 지사에세 표를 몰아줄 것이라는 것이다. 민심뿐 아니라 당심에서도 이 지사의 '대세론'을 굳히겠다는 구상이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호남에서도 '본선 후보를 조기 확정해야 경선 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원팀을 만들 수 있다'는 전략적 판단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민심이 다수 반영된 1차 선거인단 투표까지 합산했음에도 이 전 대표가 격차를 다소 좁힌 것에 대한 경계심은 남아 있다.
이 전 대표 측은 홈그라운드인 호남에서 판을 뒤집을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전남 영광 출신인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16~19대 내리 4선을 한 뒤, 전남지사를 지냈다. 그가 '정치 1번지 종로를 버렸다'는 비판을 감수하고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은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호남 지지층 결집을 위한 의도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 흥행을 위해 호남이 이 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고발 사주' 의혹이 정치권 화두로 떠오르면서 강성 지지층이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에게 결집하는 현상도 이 전 대표 측은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추 전 장관이 이 지사와 현안에 대한 입장이 비슷해 지지층이 겹친다는 점에서다.
과반 확보 여부를 둘러싼 이 지사와 이 전 대표 간 경쟁에 돌발변수가 발생했다. 호남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13일 중도 사퇴를 선언하면서다. 약 2주 앞으로 다가온 호남 경선에서 정 전 총리의 사퇴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두 후보 간 신경전도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이 전 대표 측은 이 전 대표와 정 전 총리가 모두 호남 출신에 현 정부 국무총리를 역임했다는 점에서 지지층이 겹친다고 보고 있다. 정 전 총리가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지 않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한 정 전 총리 지지층의 상당수가 이 전 대표 쪽으로 흡수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이 지사도 정 전 총리 지지층에 대한 구애에 나섰다. 그는 정 전 총리 사퇴 기자회견 이후 "오늘 이재명이라는 정치인을 만든 건 정세균 후보"라고 했다. 정 전 총리가 2008~2010년 당 대표 재임 당시 상근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 후보로 공천받은 인연을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정말 존경하는 정치 선배이고, 지금도 정말 훌륭한 분"이라고 치켜세웠다.
호남에서 결선투표 여부를 가르는 기준은 이 지사의 득표율이 45% 선을 넘기느냐 여부가 될 전망이다. 호남의 선거인단(대의원ㆍ권리당원)은 총 20만4,017명이다. 여기에 투표율 80%(16만3,213명)를 가정했을 때 이 지사는 호남 경선에서 최소 45.18%를 얻어야 누적 득표율 기준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투표율 70%(14만2,811명)가 떨어질 경우에는 이 지사가 호남에서 44.49%를 얻어야 과반이 된다.
실제 지역언론인 무등일보·리서치뷰의 6, 7일 조사에 따르면, 광주·전남 거주 민주당 지지층의 47.2%가 이 지사, 40.8%가 이 전 대표를 지지했다. 다만 이 조사에는 이 전 대표의 의원직 사퇴는 반영되지 않았다. 여권 관계자는 "호남 결과까지 합한 누적 득표율에서 이 지사의 과반 유지 여부가 관건"이라며 "만약 붕괴된다면 수도권 경선에 영향을 주면서 경선의 역동성이 보다 커질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