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고발 사주’ 의혹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하자 국민의힘이 정치공작이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박지원 국가정보원장의 개입 정황이 포착됐다며 박 원장을 공작의 배후로 지목하고 윤석열 예비후보 캠프에선 검찰에 고발까지 했다. 박 원장이 관련 사실을 부인하고 여당은 과도한 정치공세라며 반박하고 있지만, 불필요한 정치공방으로 고발 사주 의혹의 본질이 희석될 우려까지 감안하면 박 원장의 보다 분명한 소명이 필요해 보인다.
국민의힘에서는 특히 제보자 조성은씨의 SBS 방송 인터뷰 내용을 문제 삼고 있다. “(의혹이 보도된) 9월 2일이라는 날짜는 우리 원장님이나 제가 원했거나 상의한 날짜가 아니다”라는 인터뷰만 놓고 보면, 조씨가 박 원장을 만나 관련 의혹을 상의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논란이 커지자 박 원장이 “얼떨결에 나온 발언”이라며 해명하고, 조씨는 “원장님이 누구의 말도 듣지 않는 편이라 (고발 사주 의혹을)상의하지 않았다”며 발언의 취지가 왜곡됐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조씨가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에 의혹을 제보한 뒤 박 원장을 만나고 관련 보도가 나온 일련의 미심쩍은 과정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국민의힘은 박 원장의 부적절한 행보를 국정원의 대선 개입 의혹으로 규정하고 국정원장 해임까지 요구하고 있다. 물론 박 원장과 조씨가 만난 자체와 시점이 정치공작이라는 공세의 빌미를 준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 박 원장의 보다 분명한 소명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 ‘박지원 게이트’로 단정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과도한 정치공세는 도리어 수세에 몰린 야당의 국면전환용 프레임이라는 해석만 부추길 수 있다.
무엇보다 이번 사안의 본질은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치인의 고발을 야당에 사주한 검찰의 권력남용이라는 점이다. 박 원장의 개입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곁가지에 불과하다. 진실규명을 위한 공수처 수사가 본격화한 이상 정치공작 공세로 사안의 본질을 덮을 수 없다는 점을 국민의힘은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