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상한제 완화, 집값 부추기지 않게 신중해야

입력
2021.09.11 04:30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주택건설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제2차 주택공급기관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국토교통부가 분양가상한제와 고분양가심사제를 개선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9일 간담회에서 건설업계 건의에 “안정적이고 신속한 주택 공급에 걸림돌이 되는 부분은 합리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답한 지 하루 만이다. 문재인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완화 가능성을 시사한 건 처음이다.

감정 평가 택지비에 기본형 건축비와 가산비 등을 더한 뒤 그 이하로만 분양토록 하는 분양가상한제는 주변 시세의 80%를 넘지 못하도록 아파트 가격을 통제하는 정책이다. 고분양가가 집값을 올리고 다시 고분양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막기 위한 취지지만 주택 공급을 위축시키는 부작용이 커 도입과 폐지가 반복되다 집값이 급등한 2019년 11월 이후엔 계속 강화돼 왔다.

정부가 규제 일변도에서 탈피해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나선 건 평가할 만하다. 사실 분양가상한제만으로 집값을 잡는 건 역부족이다. 분양가가 시세의 절반에 그쳐,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지자체별 비용 인정 항목 등이 달라 혼란도 적지 않다. 수익성 악화로 민간업체가 참여를 꺼려 1만2,000가구가 넘는 둔촌주공 등 재건축·재개발 사업의 발목을 잡는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분양가상한제를 풀 경우 고삐 풀린 분양가는 치솟고 수요자 부담은 커질 게 뻔하다. 집값 상승세도 더 가팔라질 공산이 크다. 정부가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한 걸 공식화했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한은이 기준금리를 올리고 금융 당국도 대출 규제를 강화하는 등 돈줄 죄기에 나선 상황이어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 분양가상한제만 완화하면 곧바로 공급이 이뤄질지도 따져볼 문제다.

현실과 괴리되고 비합리적인 분양가상한제의 문제점은 보완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시중 유동성이 여전히 풍부하고 주택 매수세도 큰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할 경우의 파급력은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정확한 분석과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신중하게 추진하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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