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에 대한 사퇴안이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21대 국회에서 의원 사직안이 가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본회의에서 윤 의원의 사직안을 상정해 투표에 부쳤다. 표결 결과, 총 투표수 223표 중 찬성 188표, 반대 23표, 기관 12표로 가결됐다.
이번 표결의 가결 여부는 과반인 171석을 가진 더불어민주당에 달렸었다. 국회법상 회기 중 의원직 사직 안 건은 본회의에서 무기명 표결로 처리되며, 재적 의원 과반이 출석해 그중 과반이 찬성해야 한다.
애초 민주당은 윤 의원의 사직서 제출을 "사퇴 쇼"로 규정하고 사직안건 처리에 소극적이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인은 이날 윤 의원의 사퇴안이 가결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저희는 개인의 판단에 맡겨 상황을 처리했다"며 당론 투표를 부인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본회의 직전 긴급 현안보고를 갖고 사퇴안에 전원 찬성하기로 당론을 정했다.
윤 의원은 표결에 앞서 신상발언을 통해 "가족의 일로 임기 중반에 사퇴를 청하는 것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이것(사퇴)이 지역구민에 대한 무책임이라는 지적은 백번 타당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생각하는 정치인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공인으로서 세상에 내보낸 말에 대한 책임, 소위 언책(言責)"이라며 사퇴안 가결을 요청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실패와 내로남불에 대해 날카로운 비판을 해온 만큼 친정아버지의 농지법 위반 의혹은 법적 유죄인지와 상관없이 희화화할 여지가 크다"고도 했다.
윤 의원은 지난해 국회에서 '나는 임차인입니다'라는 연설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며 주목 받았다. 그러나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 결과, 부친의 세종 땅 투기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달 25일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박 의장에게 사직안은 제출했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가결 후 윤 의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당의 징계를 촉구했다. 한준호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서면브리핑에서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윤 의원 스스로가 선택한 사퇴이기도 하지만, 도의적으로도 국회의원이 갖는 권한을 내려놓고 철저한 수사를 받는 것이 더 적합할 것"이라고 했다. 이동형 정의당 수석대변인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책임 있는 조치만 남았다"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소속 의원들에 대해 출당과 제명 등 징계 약속을 엄중하게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