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는 정적인 운동? 반복적인 어깨 사용으로 퇴행성 질환 가능성

입력
2021.09.11 17:50
[전문의가 쓰는 건강 칼럼] 고경환 서울아산병원 정형외과 교수

코로나19 대유행이 이어지고 있다. 친구들과 식사 한 번하기도, 헬스클럽에서 마음 놓고 운동하기도 쉽지 않다.

상황이 이러다 보니 원래 골프를 치던 사람뿐만 아니라 골프를 새로 즐기기 시작한 사람이 많아졌다. 야외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셔 잔디를 밟고 할 수 있는 운동인 데다가 4명이 모일 수 있으니 남녀를 가리지 않고 골프를 즐기는 인구가 늘고 있다.

이처럼 골프는 대중적인 스포츠가 되었다. 흔히 골프는 정적인 스포츠이기에 부상 위험이 거의 없을 것이라는 오해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반복적인 동작으로 스윙을 계속 하다 보면 허리나 팔꿈치, 손목 손상이 발생할 수 있다. 어깨도 반복적인 움직임에 의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어깨의 경우 주로 회전근개에 손상이 발생된다.

외래에서 어깨 통증으로 찾아온 환자들을 진료하다 보면 예전과 달리 많이 나오는 질문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어깨가 아픈데 골프를 쳐도 되느냐는 질문이다.

어떤 사람은 어깨가 아픈데 골프 운동을 할 때는 통증이 없다고도 한다. 한마디로 “어깨에 통증이 있는데 골프를 쳐도 될까?”라는 뜻이다. 기본적으로 흔히 말하는 회전근개 파열은 한글로 파열이라서 외상이나 크게 다쳐서 생긴 것 같지만 대부분 반복적이고 과도한 사용이 누적 되어 생긴 퇴행성 변화 끝에, 비교적 경미한 외상에 의한 파열(힘줄이 끊어진)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어깨가 아프고 힘든데 골프가 너무 좋아 참고 매일 필드를 나가고 연습장에 다닌다면 더 나빠질 것은 분명하다.

회전근개는 극상근, 극하근, 소원근, 겹갑하근 등 4개 근육과 힘줄의 조합을 말한다. 어깨 움직임과 안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골프할 때 스윙하면서 어깨를 반복적으로 움직이면 회전근개가 주변의 뼈나 인대와 충돌해 통증이 유발되는 어깨 충돌 증후군이 생길 수 있으며, 심하면 파열되기도 한다.

특히 잘못된 스윙 동작을 지속적으로 하거나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않고 과도한 연습이나 흔히 뒤땅이나 토핑이라고도 불리는 잘못된 임팩트를 반복해서 하다 보면 회전근개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평소 어깨는 아픈데 골프를 할 때 안 아픈 사람은 골프를 쳐도 될까? 회전근개 힘줄 자체에 문제가 있고 골프 스윙 중에 자극을 준다면 아프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몸은 뭔가 문제가 생기면 염증 반응이나 신경 자극으로 통증을 만들어서 우리에게 신호를 준다. 더 이상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자극을 주지 말라, 혹은 쉬라는 신호로 볼 수 있다.

그래서 골프를 할 때 안 아프고, 치고 난 후 집에 와서도 아픈 줄 모르겠다면 골프 스윙이 어깨에 특별히 아픈 자극을 주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골프를 할 때 안 아프고, 골프를 하고 난 후에도 특별히 더 아프지 않다면 못 칠 이유는 없다.

또 다른 질문 하나는 수술하고 다시 골프를 할 수 있냐는 것이다. 원체 골프를 좋아해 오래 즐긴 사람들, 오로지 골프를 하는 낙으로 사는데 아파서 골프를 할 수 없다는 이들이 수술 후 회복되면 골프를 할 수 있냐고 자주 묻는다.

아파도 골프를 한다는 사람은 수술하면 회복 및 재활 기간에 골프를 즐기지 못하는 것이 싫어서 수술을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아쉽게도 회전근개 파열에 대해 수술하고 나서 골프를 다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다.

레크레이션 수준의 운동을 즐기는 경우라면 일반적으로 수술 후 70% 정도는 다시 원래 운동을 즐길 수 있으며, 선수도 60% 정도는 다시 운동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다. 다만 상체, 즉 팔과 어깨 운동인 경우에는 다시 운동을 하는 비율이 급격히 줄어 40% 정도만 다시 운동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러면 골프는 팔과 어깨를 주로 쓰는 운동일까? 골프를 즐기는 사람이라면 잘 알겠지만 골프 스윙은 소위 ‘골반 회전’ 혹은 ‘몸통 회전’을 한다고 알고 있다. 맞는 얘기지만 그래도 골프는 팔과 어깨를 함께 쓰는 운동임에 틀림이 없다.

다만 골프 스윙은 언더 스윙, 즉 주로 어깨보다 아래에서 이뤄지므로 상체 운동 중에서도 팔과 어깨 부담이 그렇게 크진 않다. 따라서 회전근개 파열에 대한 수술 후에도 다시 골프를 즐길 가능성은 70~80% 이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러면 술 후 실력이 감소될 것인가? 관련된 연구에서는 핸디캡이나 드라이버 비거리 모두 아프기 전 수준으로 회복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충분한 운동 치료와 약물 및 물리 치료를 병행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면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대부분 관절 내시경을 통해 염증 조직 제거나 회전근개 봉합이 가능하다.

하지만 무엇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회전근개가 손상되는 것을 막으려면 평소 어깨 운동으로 어깨 관절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골프 시작 전 충분히 스트레칭을 해야 하며, 나이ㆍ체격에 맞게 클럽을 선택하고 스윙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골프를 즐기고 있는 사람이나 이제 막 골프에 입문한 ‘골린이’ 가운데 어깨 통증이 있다면 회전근개 질환은 대부분 과다한 사용이나 반복적인 사용에 의한 퇴행성 질환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잠시 골프를 멈추고 쉬는 것을 권장한다.

골프를 즐길 때 어깨 통증이 있다면 전문의를 찾아 적절한 치료를 받고 통증이 없어지면 충분히 다시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