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기료가 6,000~8,000원밖에 안 나온다고 하면 주위에서 '거짓말하냐'며 아무도 안 믿어요.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한 이후 봄·가을에는 늘 이 정도만 내는데 말이죠."
8월 22일 경기 파주시 한 타운하우스에서 만난 권기봉(42)씨, 김치영(37)씨, 강하나(34)씨는 각각 지난해 10월과 2019년 9월, 지난해 7월 집에 3㎾짜리 태양광 발전기를 설치했다. 3㎾는 주택용으로 지붕에 설치한다. 아파트 베란다에 설치하는 미니 태양광의 규모는 300w 정도다. 세 사람 모두 태양광 효과를 톡톡히 본다는 이웃들 말을 듣고 설치했다. '태양광에 반신반의하는 사람이 많은데 효과가 진짜 있느냐'고 묻자 이들은 똑같은 답을 내놨다. "설치 1년 만에 본전은 뽑은 것 같은데요."
태양광 설치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직접 비용을 부담해 집에 설치할 수 있고, 업체로부터 일정 기간 빌려 쓰는 리스 계약이 있다. 권씨와 강씨는 직접 설치한 경우다. 본인이 부담하는 설치 비용(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보조금을 뺀 액수)은 약 120만 원.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3㎾ 태양광 설치 비용은 460만 원이다. 정부 보조금 50%와 지자체(경기도와 파주시)의 지원금을 빼면 개인이 부담하는 가격은 110만~120만 원 수준이다.
다만 태양광 설치 보조금은 아무 때나 받을 수 없다. 지자체마다 지원금 지급 시기가 다르고, 선착순으로 진행되다 보니 기회를 놓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김씨는 파주시 지원금 신청 시기를 놓쳐 월 3만7,000원씩 7년 리스로 계약했다. 김씨의 경우 7년 동안 약 310만 원을 부담하게 된다.
처음엔 설치비가 100만 원이 넘기 때문에 부담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이들은 설치한 다음 달부터 이런 생각은 싹 사라졌다고 했다. 오히려 태양광을 쓰는 햇수가 늘어날 수록 돈을 벌게 되는 것 같다고 했다.
세 사람 모두 매우 만족스러워하는 것은 태양광 설치 이후 믿기 어려울 정도로 전기 요금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전기 사용이 적은 달에는 1만 원도 채 나오지 않는다. 그렇다고 요금을 줄이려고 안 쓰는 콘센트를 뽑으러 다니거나 에어컨을 아껴 트는 것도 아니다.
전기를 많이 쓰는 여름철과 겨울철에 태양광 설치 효과는 더욱 빛이 난다. 강씨는 태양광 발전기를 달기 전인 2019년 8월 1,237㎾h를 사용해 44만1,330원을 냈다. 남편과 자녀 둘, 대형 반려견과 함께 사는 강씨는 여름이면 털이 많은 반려견 때문에 에어컨을 24시간 돌려야 했다. 집이 3층 구조로 된 탓에 강씨 집에선 에어컨 다섯 대가 하루 종일 돌아간다. 아이들이 있어 세탁기와 건조기도 수시로 돌려 해마다 7·8월만 되면 전력 사용량은 평소의 세 배나 된다.
하지만 올 8월에는 14만2,280원(659㎾h 사용한 것으로 책정)이 나왔다. 설치한 뒤 전기료가 30만 원가량 적게 나온 셈이다. 전력 사용량이 차이가 나는 건 총 전력 사용량에서 태양광으로 생산한 발전량이 빠지기 때문이다.
난방 기구 사용량이 많은 겨울철도 달라졌다. 태양광 설치 전인 지난해 1월에는 12만7,700원(566㎾h 사용)이 나왔는데, 태양광 설치 이후인 올 1월에는 5만9,070원(345㎾h)으로 절반이나 줄었다. 강씨는 "제가 마음을 먹었을 때 마침 지원금도 많아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해 설치했다"며 "전기를 적게 쓴 달에는 몇 천 원의 부가세만 나온다"고 만족해했다. 태양광의 매력에 푹 빠진 강씨는 조만간 남편 사업장과 시골에 있는 주택에도 설치할 계획이라고 했다.
전자기기 마니아인 권씨는 집안에 기기를 더 많이 들여놓을 수 있게 됐다. 전자 스피커와 네 대의 공기청정기, 빔프로젝터 등 수집한 각종 기기는 태양광을 설치하기 전까지만 해도 창고 신세였다. 하지만 설치 이후에는 집안 곳곳에 둬 마음껏 쓰고 있다.
여름철 15만~17만 원 나오던 권씨의 전기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태양광 설치 전인 지난해 8월 15만1,690원이 나왔지만, 올 8월에는 1만5,110원으로 떨어졌다. 심지어 올 3월 전기료는 6,030원이 나왔다. 책정된 전력량은 0.
447㎾h를 쓴 지난해 3월 요금(8만7,010원)과 비교하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0원'으로 찍힌 전력 사용량은 3월만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전기를 덜 쓰는 3~6월은 모두 0으로 찍혔다. 이는 집에서 사용하는 전기보다 태양광의 전력 생산량이 더 많다는 걸 의미한다. 권씨는 "전기를 쓸수록 돈을 아끼는 셈인데 왜 진작에 설치하지 않았는지 바보란 생각이 들 정도"라고 말했다.
세 식구가 사는 김씨네는 아이 뒤를 쫓아다니며 "전기 아껴 써야지", "안 쓰는 콘센트는 뽑아야지"란 말을 하지 않게 됐다고 했다. 설치 전인 2019년 7월 전기료와 설치 이후인 지난해와 올 7월 요금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2019년 7월 448㎾h를 써 8만7,800원이 나왔지만, 지난해·올 7월은 각각 15·13㎾h를 써 8,000원도 채 나오지 않았다.
세 사람의 태양광 만족도는 에너지공단 예측보다 훨씬 컸다. 에너지공단이 계산한 3㎾ 태양광 설치 투자비 회수 기간은 4.5년이다. 4인 가구 기준 월평균 전기 사용량을 350㎾h로 계산한 수치다. 월 절감액은 4만2,450원, 연 절감액은 50만9,400원이다. 그런데 강씨가 낸 8월 요금(2019년 8월보다 약 30만 원 적게 낸 전기료)만 보면 에너지공단 계산보다 7배나 더 아낀 셈이다.
전기 사용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자 이들의 생활 모습 역시 크게 바뀌었다. 권씨는 "올여름 무척 더웠고, 비도 많이 와 습해 에어컨을 많이 틀었다"며 "그런데 밤새 에어컨 틀고 자는 게 전혀 부담되지 않았다"고 했다. "태양광을 설치한 뒤 전기 사용에 많이 너그러워졌다"며 웃었다.
김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부부가 재택근무하는 날이 많아졌는데, 전기 사용에 대한 걱정이 없어 재택근무를 편하게 했다고 했다. 그는 "8월에 재택근무가 유독 많아 집에서 에어컨을 많이 사용했다"며 "하지만 예전처럼 전기 쓰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없다 보니 몸과 마음 모두 쾌적했다"고 말했다.
이들의 달라진 전기료를 보고 태양광을 설치한 이웃도 적지 않다. 강씨는 "우리 집 전기요금을 보고 태양광을 설치한 집이 두 집이나 된다"고 말했다. 김씨의 처갓집은 달라진 김씨 부부의 생활을 보고 태양광 발전기를 달았다. 그는 "장모님께서 저희 집을 다녀가신 후 아파트 베란다에 미니 태양광을 설치하셨다"며 "월 1만 원 정도 전기료가 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 했다.
이들이 사는 타운하우스에선 어느새 태양광을 설치하지 않은 집을 세는 게 빠를 정도다. 관리사무소 측에 따르면, 타운하우스 전체 137가구 중 태양광을 설치한 집은 절반 정도다. 파주시 전체를 놓고 봐도 태양광을 설치하는 가구는 해마다 늘고 있다. 파주시는 주택지원사업으로 태양광을 설치한 가구가 2019년 126가구에서 지난해 173가구, 올해는 250가구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전국적으로 태양광 보급량도 크게 늘고 있다. 에너지공단에 문의한 결과 2017년 자가용 태양광 신규 보급은 1만3,015개였지만, 2018년 3만6,531개, 2019년 6만4,045개, 2020년 9만5,384개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자가용 태양광 보급은 2017년보다 733%나 증가했다.
태양광 설치 이후 별도 관리가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만족하는 부분이다. 이들은 설치 이후 업체를 불러 점검하거나 따로 청소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발전량과 사용량을 애플리케이션(앱)으로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다.
권씨는 앱으로 오전 11시와 낮 12시 30분의 발전량 차이를 보여주며 "앱을 볼 수록 태양광을 잘 설치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오늘 전기량이 얼마인지 수시로 체크하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들은 단지 전기료 절약 때문에 태양광 전도사가 된 게 아니다.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꼽히는 태양광으로 에너지를 얻게 되면서 소박하게나마 환경 보호에 보탬이 된다는 믿음 역시 만족하는 부분이다.
김씨는 "기후 위기가 큰 문제가 되면서 더는 후회할 일을 만들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다"며 "태양광으로 환경을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씨도 "태양광을 설치한 뒤 쓰레기를 어떻게 줄일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