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위·취업 볼모 제자 성추행 서울대 교수 유죄 확정

입력
2021.09.10 10:30
서울대 공대 교수, 대학원생 4차례 성추행
재판 내내 “성격 문제로 무고해” 반성 없어
대법원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 확정

자신이 지도하던 대학원생을 수 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서울대 교수에게 집행유예가 확정됐다.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0일 밝혔다.

서울대 공대 교수였던 A씨는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월까지 여러 차례 자신의 제자인 대학원생 B씨를 교수실로 불러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B씨가 지도교수인 본인 도움 없이는 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할 수 없고, 졸업 후에도 자신의 추천장이 필요한 여건 등을 악용해 범행을 저지르기로 마음먹은 것으로 조사됐다. B씨는 2017년 서울대 인권센터에 피해사실을 신고했고, 학교 측은 그해 1학기부터 A씨를 강의에서 배제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 측은 재판 과정에서 B씨가 범행 이후에도 강의계획서 등을 보내 이른바 '피해자다움'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B씨 성격에 문제가 있어 A씨에게 분노를 표출하며 허위신고를 한 것이라는 항변도 늘어놓았다.

1심은 그러나 “A씨는 B씨의 지도교수로서 석사과정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었다"며 "범행이 있었다고 B씨가 곧바로 이의를 제기하기는 상당히 어려웠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A씨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도 명령했다.

2심도 "B씨는 A씨의 범행으로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며 "A씨는 B씨가 성격 문제로 무고하는 것이란 취지로 주장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는다"며 1심 판단을 유지했다.A씨는 상고했지만 대법원도 원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최나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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