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드디어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했다. 실패한 전쟁이니 빨리 철수할 것을 미국인의 60% 이상이 요구했지만, 정작 8월 말 철수 과정의 혼란은 70% 가까이가 부정적으로 보았다. 이 와중에 미국 현지와 한국에서는 몇 가지 오해와 잘못된 정보가 퍼져 있다. ‘팩트 체크’를 해볼 만하다.
첫째, 아프간 철수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크게 하락했다고 알려졌다. 국정지지율이 올해 초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떨어진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원인이 아프간 철수라는 것은 과장이다. 국정지지율은 7월부터 이미 떨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갤럽의 조사에 따르면, 6월의 56% 지지율이 7월 50%로 하락했고 8월엔 49%다. 이것은 7월 중순 미국 내 코로나 확진자의 급격한 증가와 때를 같이한 것이어서 아프간 철수만이 원인이라고 보기는 힘들다.
둘째, 아프간 철수는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지우기의 일환이라는 주장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프간 철수를 맹비난했고 공화당 몇몇 의원들이 바이든 탄핵까지도 언급했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시절 이미 아프간 철수를 위한 탈레반과의 평화협정을 시도했었고, 대선 이후 즉각 철수할 계획도 있었다. “가능한 한 많은 국가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변화시키면 전쟁과 테러를 방지할 수 있다”는 부시 행정부의 ‘대중동 구상’이 오바마 행정부에서 ‘아시아로의 회귀(Pivot to Asia)’로 전환되었고, 트럼프 행정부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중국의 패권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 전략’를 수립했었다. 아프간 철수도 이때 이미 정해진 방향이어서 트럼프 지우기와는 거리가 멀다.
셋째, 아프간에 민주정부를 건설하지 못한 것은 실패라는 견해도 있다. 더구나 아프간 정부가 더 튼튼해지기 전에 너무 일찍 그리고 급하게 철수했다는 의견은 매우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러나 민주화를 통한 아프간 지역 안정이라는 목표는 형용모순에 가깝다. 지역 안정을 위해서는 강한 통치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데, 역사적으로 강한 통치력은 항상 부패가 동반되고 폭력이 빈번히 사용되는 권위주의 정부하에서만 가능했다. 아프간도 예외가 아니었다. 서구의 도움으로 집권한 세력은 민주화를 추진하기보다는 지역 내 다른 세력과 타협했고 선거 부정도 저질렀다. 민주정부 건설은 애초부터 이룰 수 없는 목표였고 미군이 늦게 철수한다고 가능하지도 않았다.
넷째, 아프간 철수는 미국의 세계무대 복귀에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라는 평가가 있다. 하지만 철수 과정에서 동맹국 일부의 불만은 좀 있었더라도 그들이 미군의 지속적인 아프간 주둔을 원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미국의 철수가 자국의 개입 중단을 정당화할 수 있는 근거로 작동할 가능성이 높다. 더 큰 그림을 보면, 아프간 지역의 안정보다 훨씬 중요한 세계 공통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동맹국들이 미국의 역할을 당당히 요구할 명분도 생긴 셈이다. 미국 철수에 대한 동맹국들의 반응이 사뭇 침착하고 전략적인 이유다.
사실 미국의 아프간 철수는 국내 정치의 논리에 따라 그 시기가 선택된 필연적 이벤트였다. 철수 결정을 했던 지난 4월은 코로나 확진자 수가 감소하고 경제회복의 신호가 분명했다. 복잡한 국제 이슈를 처리할 좋은 기회였다. 물론 여름에 국내 상황이 안 좋아졌지만 아프간 철수를 미룰 수도 없었다. 의회가 다시 소집되는 가을에는 인프라 확충 법안과 사회부분 예산조정안이 본격 논의될 예정인데, 아프간 문제 때문에 더 중요한 국내 이슈에 발목이 잡힐 수는 없기 때문이다. 미국 밖 전쟁이 하나 끝나고 워싱턴에서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