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수산업자' 김모(43)씨의 금품 제공 사건을 수사해온 경찰이 '가액 미달'을 이유로 야당 의원과 현직 경찰 간부를 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서울경찰청 강력범죄수사대는 9일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김씨로부터 고급 수산물과 한우세트 등을 제공받은 주호영 국민의힘 의원을 입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경찰은 "계좌내역과 카드결제 등 객관적 자료를 확인한 결과, 가액이 청탁금지법이 규정하는 형사처벌 기준에 미치지 않아 입건하지 않고 마무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등은 1회 100만 원, 회계연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받으면 처벌된다. 주 의원은 올해 2월 김씨에게 연락해 알고 지내던 승려에게 대게를 보내도록 한 것으로 조사됐다. 주 의원은 김씨로부터 선물을 받았지만 총액이 300만 원을 초과하지 않아, 승려에게 제공하도록 한 수산물이 100만 원을 넘는지가 입건 여부를 가르는 관건이었다.
경찰은 가짜 수산업자 김씨가 대게를 구입한 판매처에서 영수증을 확보한 뒤, 당시 시가와 현저한 차이가 나는지를 비교한 결과 총액을 '90만 원대'로 판단했다. 형사처벌 기준 1회 100만 원에 조금 못 미치는 금액으로 입건을 면하게 된 셈이다.
경찰은 포항남부경찰서장 출신 배모 총경도 김씨에게 고급 수산물과 명품 벨트를 받은 혐의로 입건했으나 불송치했다. 배 총경은 경찰 조사 과정에서 금품수수 자체는 인정했지만, 가액을 두고 다툰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이 계좌내역과 영수증 등을 분석한 결과 1회 100만 원이 넘는 금품을 받은 적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씨로부터 받은 선물의 총 금액도 청탁금지법 위반 기준인 연간 300만 원에 약간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북 포항을 거점으로 사업을 하던 김씨가 지난해 상반기 포항남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접수한 뒤, 서장으로 부임한 배 총경에게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뇌물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 또한 혐의 없음 처분했다. 대가성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었다는 게 경찰 설명이다. 배 총경은 김씨가 사기 사건으로 구속되기 한 달 전인 올해 2월 초 그를 처음 알게 됐다.
경찰은 다만 배 총경이 관할 지역 사업가로부터 금품을 수수한 것이 과태료 부과대상에 해당한다고 보고, 감찰에 통보해 절차대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제식구 감싸기' 지적에 대해 "객관적 입증자료로 법과 원칙에 따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김무성 전 의원이 이용한 벤츠 차량 대여금 등을 김씨가 대납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선 렌터카 업체 관계자 등을 불러 진술을 받는 등 입건 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김무성 전 의원 측은 차량을 보관하고 이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친형이 김씨에게 86억 원 사기를 당한 피해자란 점에서 '담보 성격'이란 취지로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박지원 국정원장과 정봉주 전 의원이 김씨에게 수산물 등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확인 절차를 거쳤다. 박 원장은 조사 대상으로 삼을 만큼 가액이 많지 않았고, 정 전 의원은 김씨에게 선물을 받을 당시 공직자가 아니었기에 청탁금지법 적용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