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향후 15년 내에 태양광 에너지 공급 비중을 전체 전력의 40%까지 늘릴 수 있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갈수록 커지는 기후변화 위협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천연가스와 화석연료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전력생산 구조를 확 뜯어고치려는 움직임이다. 그러나 현재 태양광 발전 비중이 목표치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미국 에너지부는 8일(현지시간) 홈페이지를 통해 “국가 전체 전력 공급에서 태양광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을 2035년까지 40%, 2050년까지는 45%로 각각 높일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발표했다. 현 시점에서 미국 내 태양광 에너지 점유율은 3%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다. 15년 안에 무려 13배 이상 끌어올려야 하는 셈이다.
이 같은 계획이 현실화하면 지난해 80기가와트(GW) 수준이었던 미국의 태양광 에너지 발전 규모는 2035년 최대 1,000GW, 2050년에는 1,600GW까지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CNN방송은 “현재 미국의 모든 주거·상업용 건물에서 쓰는 전체 전력보다도 많은 양의 전기가 태양광에서 생산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자리 150만 개가 창출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도 나온다.
이는 2035년까지 ‘전력망 탄소배출 제로(0)’ 목표를 제시한 바이든 행정부의 구체적 정책 중 하나다. 이번 보고서 역시 바이든 대통령이 기후 위기를 우려하는 가운데 나왔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일간 뉴욕타임스는 “재생에너지가 빠르게 성장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전력에서 천연가스와 석탄 발전 의존도가 60%를 차지한다”고 전했다.
다만 청사진을 현실로 만들기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관건은 예산 집행 승인권을 쥔 의회의 지원 사격 여부다. ‘태양광 발전 비중 40% 달성’이 가능하다는 게 이론적으로 입증되긴 했어도, 실제 성과를 내려면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대통령은 향후 10년간 3조5,000억 달러(약 4,000조 원)가 소요되는 사회복지성 예산안 의회 통과를 추진 중인데, 여기에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목표 등 청정에너지 계획도 들어 있다. 그러나 워낙 천문학적 규모의 예산안이어서 의회의 반대 기류가 만만치 않다.
기본 토대 마련도 시급하다. 작년 한 해 동안 미국에 설치된 태양광 에너지 발전시설의 전력 생산 규모는 15GW 수준에 그친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목표 달성을 위해선 2025년까지 연간 평균 30GW 생산이 가능한 태양광 설비를 새로 설치하고, 이후 5년간은 매년 60GW 규모의 설비를 추가해야 한다. 미국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는 “이번 계획은 향후 4년에 걸쳐 매해 국가가 설치하는 태양광 발전시설 양을 두 배로 늘려야 하는 도전적 과제”라며 “의회의 변덕과 (정치적) 계략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