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무니없는 소리", "신빙성 없는 괴문서", "제가 그렇게 무섭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8일 검찰총장 재임 시에 검찰이 국민의힘(전 미래통합당)에 범여권 인사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여과 없이 쏟아냈다. 해당 의혹이 자신에 대한 '정치 공작'이라고 반박하면서다. 자신의 대권가도를 송두리째 흔들 수 있는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에 나선 것이다.
그의 주장을 요약하면 ①최초 보도의 근거에 대해 "출처 의문"을 제기했고 ②제보자에게는 "당당하게 나오라"고 호통을 쳤다. ③"정치 공작을 하려는 의원들은 면책 특권 뒤에 숨지 말라"며 정치권 공세를 맞받아치면서 ④대검찰청 감찰의 순수성을 문제 삼았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앞서 국민의힘에 고발장을 전달했다고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기자회견을 한 지 7시간 만이었다.
윤 전 총장은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으로 선거를 치르려고 해 한심스러워 여러분 앞에 섰다"며 운을 뗐다. 그는 인터넷 매체 뉴스버스가 지난 2일 처음 보도한 '고발 사주' 의혹의 근거로 제시된 고발장에 대해 "출처와 작성자가 없는 소위 괴문서"라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정치공작을 하려면 잘 준비해서 제대로 좀 하고, 인터넷 매체나 의원들도 면책특권에 숨지 말고 메이저 언론이나 신뢰성 있는 사람들을 통해 문제를 제기하라"며 의혹을 제기한 언론과 자신을 비판하고 있는 여야 의원들을 동시 저격했다.
윤 전 총장의 분노는 제보자와 검찰에 향했다. 그는 제보자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은 채 "여러분도 다 알지 않나. 과거에 무슨 일을 벌였는지 여의도 판에서는 모르는 사람이 없다더라"고 했다. 대검이 제보자를 공익신고자로 인정한 사실에 대해선 "검찰이 엄정히 조사를 하는 곳이지, 요건도 맞지 않는 사람을 느닷없이 공익제보자로 만들어주는 기관이냐"며 힐난했다.
윤 전 총장은 20여 분간의 회견에서 자신이 이번 의혹과 무관함을 해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그는 "고발장을 검사가 작성했다는 건 상식적으로 납득 가지 않는다"면서도 "고발장을 (손준성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과 김웅 의원이) 주고 받았어도 검찰총장의 결재 사항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만약 검찰에서 야당으로 고발장이 넘어갔다고 해도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였다.
그러면서 이번 의혹을 돌파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정치권을 향해 "제가 그렇게 무섭냐"며 "저 하나 공작으로 제거하면 정권 창출이 되나. 당당하게 하십시오"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여권에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현안질의에 불러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저를 국회로 불러달라. 치사하게 숨어서 (의혹을 제기)하지 말고 (사실이) 아니면 책임질 각오를 하고 해달라"고 맞받았다.
그가 지난 2일 해당 의혹이 처음 보도된 이후 공식 회견을 통해 반박한 것은 처음이다. 최근 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조사에서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의 상승세로 대세론이 위협받는 상황을 다분히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의혹의 진원지로 지목된 김웅 의원이 명쾌한 해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자신에게 불똥이 튀는 상황을 막기 위해서도 직접 등판을 결심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 캠프 관계자는 이날 기자회견에 대해 "정면돌파로 자신감을 보여줬다"고 자평했다. 그러나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국민을 상대로 윽박지르는 태도는 대통령 후보로 나오는 분의 바람직한 모습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