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8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전격 선언했다. 지난 주말 당내 충청 지역 경선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완패한 이후 배수진을 친 것이다. 금배지를 내려놓고 경선을 치르겠다는 결기의 표현이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광주광역시의회에서 호남권 공약을 발표하면서 "민주당의 가치,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의원직을 버리고 정권 재창출에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역구인) 서울 종로구민에게 한없이 죄송하다"며 "그러나 저의 모든 것을 던져 정권 재창출을 이룸으로써 민주당과 대한민국에 제가 진 빚을 갚겠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전남에서 내리 4선(16~19대 국회)을 한 이후 지난해 21대 총선에서 서울 종로로 지역구를 옮겨 당선됐다.
이 전 대표가 전격 의원직 사퇴 카드를 던진 것은 오는 25, 26일 치러지는 호남 지역 경선을 앞두고 권리당원과 유권자들에게 자신의 절박함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호남 출신이 다수 포함된 권리당원은 물론 1차 선거인단 투표(12일 발표)에도 이 전 대표의 결단이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민주당의 텃밭인 광주를 방문해 의원직 사퇴를 발표한 것도 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이 전 대표는 주변의 만류에도 의원직 사퇴의 뜻을 굽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충청 경선이 끝난 5일 처음으로 사퇴 의사를 밝혔고, 이튿날 일정을 취소한 가운데 사퇴 여부를 두고 캠프 관계자들과 격론을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날 회견 직전 이 전 대표가 사퇴 발표를 결정했다. 이 전 대표 캠프의 한 의원은 "발표 5분 전까지도 몰랐다"고 전할 정도였다.
일각에선 '정치 1번지'이자 여권의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지역구를 손쉽게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 캠프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의 숨결이 배인 '정치 1번지' 종로가 민주당원과 지지자에게 어떤 상징성을 갖는지를 망각한 경솔한 결정"이라고 직격했다.
이 전 대표의 결단은 '지사 찬스'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이 지사를 겨냥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이 지사 측 관계자는 "지사직 유지는 특권이 아닌 책임"이라며 "사퇴 의사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