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권 수립으로 세계의 이목이 또다시 이슬람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와 더불어 대두되고 있는 것은 탈레반을 이름한 이슬람 원리주의(Islamic Fundamentalism)이다. 이슬람 원리주의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이슬람의 가르침이 무엇으로부터 시작되었으며 또한 무엇을 추구하기 위한 것인지 알아봄으로써 이에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성 꾸란에는 이슬람 국가의 통치 이념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정확히 명시돼 있다.
"오 믿는 자들이여! 하나님의 말씀에 복종하고 선지자 무함마드에게 순종하라. 그리고 너희 중 책임 있는 자를 따르라…" (04:59)
이 꾸란 구절이 보여준 것과 같이 계시의 종교 이슬람은 종교와 정치가 분리될 수 없는 신정정치(神政政治)의 원칙에 따라 통치의 근본을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이슬람은 선지자 무함마드 이후 통치이념을 꾸란과 그의 관행인 하디스로 삼고 칼리파 시대와 왕조 시대를 거쳐오면서 세계 무대의 중심에서 중세시대에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이끄는 한 축으로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후 이슬람 제국의 통치 이념은 오스만 터키제국의 붕괴에 이르기까지 그 명분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근대 산업혁명 이후 서구 열강의 식민지배로 인하여 이슬람 제국은 바둑판처럼 나뉘게 되었고 급기야 꾸란과 하디스에 기초를 두고 지배되었던 이슬람 국가들은 통치의 명분과 정통성을 잃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정치적 배경으로 인하여 반이슬람 정서의 서구적 이념에 저항하는 움직임이 이슬람 국가들로부터 일어나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순수 종교개혁 운동으로 이슬람 본연의 모습인 선지자 무함마드 시대로 돌아가 이슬람 교리를 사회 질서의 근본으로 삼고 이슬람의 정통성과 명분을 회복하여 본래의 모습을 되찾자는 신앙 회복 운동이었다. 이러한 개혁의 움직임은 이슬람 세계를 하나의 이념으로 재결집하기 위한 충분한 명분과 이유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일련의 신앙 회복 움직임이 본래의 이슬람으로 돌아가자는 순수한 개혁 운동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랍 민족주의 운동으로 발전되어 원래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아랍 민족주의 운동은 종교적 순수성보다는 정치적, 이념적 성향이 더 컸으며 이러한 성향을 실행으로 옮기는 운동가들은 종교적 배경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정치적·국가적 이념을 부각시킴으로써 원래의 순수성을 잃게 되었고 나아가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하여 이슬람을 이름하여 무력에 호소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와 같이 이슬람의 본모습을 찾고자 하는 순수한 의도의 이슬람 부흥운동은 오늘날 원리주의라는 이름으로 와전되어 특정 집단의 정치적 목적이나 집단적 이익을 추구하는 테러집단으로 알려져 있으며 원래의 순수한 의도와 다르게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자행되기도 한다. 특히 중동지역은 분쟁의 중심에서 열강들이 자신들의 국익을 위하여 수많은 무슬림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실정이다. 성 꾸란에는 인간의 존엄성과 생명의 중요성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하고 있다.
"…어떤 사람도 해치지 않았고 지상에 어떤 해로움도 끼치지 않은 한 사람을 살해하는 것은 모든 사람을 살해하는 것과 같으며, 또한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모든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과 같은 것이라." (05:32)
20세기 이후 서구 학자들은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을 이슬람 원리주의, 또는 이슬람 근본주의로 일컬었지만 원래의 이슬람 정신을 회복하고 이슬람 공동체를 종교적, 도덕적으로 재건하고자 하는 이슬람 운동가들에게는 이슬람 정통주의 또는 이슬람 부흥주의 등으로 불리는 것이 원래의 취지에 더 적합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