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위군 대구 편입, 이대로 물러설 수 없는 이유는

입력
2021.09.08 18:00
심칠 군위군의회 의장

경북 군위는 언필칭 소멸 위기지역이다. 군위만의 문제는 아니다. 군위가 병이 제일 깊을 뿐 인근 지자체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대구 역시 오래전부터 각종 경제 지표에서 하락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고 젊은이들은 졸업장을 받기가 무섭게 수도권으로 빠져나간다. 대구와 경북 모두 소멸 위기라고 봐야 한다.

‘택리지’를 쓴 이중환은 사람이 살기 좋은 지역으로 첫째는 땅이 비옥한 곳, 둘째는 교통의 요지를 꼽았다. 지금으로 치면 공공기관과 대기업의 사업장이 몰려 있는 곳이나 교통이 편리한 곳이다. 이 두 조건은 동전의 양면이다. 기업과 기관들이 공항을 비롯해 편리한 교통망과 인재를 찾아 수도권으로 몰린다.

대구와 경북은 교통의 이점을 안고 성장했다. 내륙 깊숙한 곳까지 뻗은 낙동강이 물류와 유통에 끼친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육로와 비교해 훨씬 저렴한 수송비 등으로 각종 생활물자를 유통하고 조창에 세곡을 모아 서울로 실어날랐다. 낙동강 수운으로 부를 이룬 사람도 많았다. 국채보상운동의 주역인 서상돈이 대표적이다. 그는 개포(고령) 나루터에 거점을 두고 800여명의 보부상을 거느렸다. 그의 성공은 낙동강을 중심으로 형성된 물류와 운송 시스템에서 비롯되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나루터의 시대는 오래 전 저물었다. 항만과 강, 철도, 도로의 시대를 지나 항공의 시대가 도래했다. 공항을 거점으로 도시가 자라고 경제가 부흥한다. 대구경북에는 새로운 시대의 경제를 견인할 국제 규모의 공항이 없다. 나루터 없는 낙동강이 된 셈이다.

지난해 어렵사리 공항 이전지를 정했는데 다시 난관이다. 공항 건설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는 군위의 대구 편입 문제를 놓고 경북도의회가 어깃장을 놨다. 경북이 왜 대구에 한 지역을 떼어주어야 하느냐는 항변이다. 이들의 주장을 듣고 있노라면 ‘조삼모사’라는 단어가 생각난다. 이를테면, 경북이 4, 대구가 3인데, 군위가 편입되면 경북이 3, 대구가 4가 된다는 식의 논리다. 안일한 현실 인식이다. 대구경북 모두 먹고 살 길이 ‘1도’ 없는 지역이 될 위기에 처해있다. 경제 소멸, 인구소멸 위기 지역을 경제 도시로 살려내는 것이 급선무다. 더하기 빼기 다툼은 곳간이 넉넉해진 다음에 해도 늦지 않다. 지금은 첫 발을 내딛는 것이 급선무다. 대승적 자세가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공항이고 뭐고 다 싫고 그냥 이대로 살고 싶다”고 말한다. 이대로 사는 건 불가능하다. 경제 지표와 인구 통계에는 ‘제자리’가 없다. 상행선 아니면 하행선이다. 우리는 이미 하행선을 타고 있다. 상행선으로 옮겨타거나 교통 오지가 되어 나락으로 떨어지거나 둘 중의 하나다. 다음 세대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멀리 보고 판단해야 한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경북도의회는 대구경북 시도민 앞에서 사죄하라. 행정안전부를 통해 연내에 군위군의 대구 편입을 마무리 짓는 일에 적극 협조해 지역민의 염원에 응답하라!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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