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러시아 그림자 함대 막자"… 발트해 감시 임무 '발틱 센트리' 발족
러시아가 자국에 대한 국제사회의 석유 수출 제재 회피를 위해 운용하는 '그림자 함대'를 이용해 발트해 해저 케이블을 훼손하고 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호위함 등 해상 전력을 동원해 발트해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영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나토는 14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발트해 인접 회원국 간 정상회담을 열고, 발트해 주요 인프라를 보호하기 위한 '발틱 센트리' 작전을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네덜란드 브륀쉼에 본부를 둔 합동사령부(JFCBS)가 작전의 중심이 된다. 나토는 회담 직후 성명을 통해 "발트해에 호위함, 정찰기, 수상 무인기 등을 배치하고 감시를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회담에는 발트해 연안 8개 나토 회원국 정상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 헨나 비르쿠넨 유럽연합(EU) 수석부집행위원장이 참석했다. 구체적인 작전 수행 기간이나 전력 규모 등 상세 사항은 발표되지 않았다. 뤼터 사무총장은 "중요 해저 인프라를 보호하겠다"며 "(작전에 동원되는) 선박 수는 시기마다 변동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발트해에 스웨덴이 최대 세 척의 군함을 파견할 예정이며, 에스토니아·리투아니아 해군 또한 감시 전력을 증강 중"이라고 보도했다. 최근 발트해에서는 러시아를 출항한 화물선이 닻을 내리고 항해하면서 해저 케이블을 훼손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달 25일에는 핀란드와 독일, 에스토니아를 잇는 해저 케이블을 끊은 것으로 의심되는 유조선 이글S호가 핀란드 국경경비대에 나포됐다. 유럽 각국은 러시아가 석유 수출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운영하는 '그림자 함대' 선박을 동원, 고의로 케이블을 절단한 게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는 "모든 일을 러시아 탓으로 돌리고 있다"며 관련성을 부정했다. 케이블 고의 훼손을 입증할 명백한 증거가 없다 보니, 유럽 정상들도 비판의 화살을 곧장 러시아로 돌리진 못하고 있다. 이날 정상회담 후 발표된 성명에도 "과실과 고의 여부에 관계없이 해저 기반시설 훼손에 우려를 표한다"는 내용만 포함됐다. 회담에 앞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최근 (발트해에서) 연이어 벌어지는 피해를 용납할 수 없다"면서도 "확실한 증거 없이 누군가를 규탄하진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