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윤석열·손준성 수사 나설까

입력
2021.09.06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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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수사할 명분은 충분"
"아직은 의혹 수준" 신중론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재직 당시 불거진 ‘고발 사주’ 의혹과 관련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행보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공방과 논란이 일파만파 퍼져가는 가운데, 보다 빠른 실체 파악을 위해 공수처가 강제 수사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인력 부족 등 현재 여력과 의혹이 지닌 정치적 휘발성을 감안, 당장은 공수처가 대검찰청의 진상조사 등 추이를 지켜볼 공산이 크다는 전망이 만만치 않다.

일단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당장 수사에 나설 명분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당장 6일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이 윤 전 총장과 ‘고발장 전달자’로 지목된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현 대구고검 인권보호관) 등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로 공수처에 고발했기 때문이다. 의지만 있다면, 사건을 배당해 곧바로 수사에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더불어 검찰 등 권력 기관 비리에 대응하겠다는 공수처의 설립 취지에도 전직 검찰총장과 현직 검사가 관여된 이번 의혹은 수사 대상으로서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손 검사의 관여 여부 정도를 제대로 밝혀내기 위해선 휴대폰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라도 공수처의 적극적인 움직임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법조계에선 대체로 신중론을 제기한다. 여권을 중심으로 정치권에서 조속한 수사 개시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아직까진 언론의 의혹 제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검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특히나 아직은 윤 전 총장이 관여됐다는 간접적 증거도 없는 상황”이라며 “공수처가 섣불리 수사에 착수했다간 오히려 정치적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제 막 1호 사건인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불법 특별채용 의혹 사건을 마무리한 공수처의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는 윤 전 총장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관련 수사방해 의혹 수사에 본격 돌입한 상황이다. 새로운 사건을 시작하기엔 여력이 충분치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지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공수처 입장에서는 좋은 사건이지만 최소한 신빙성 있는 의혹인지부터 살펴보고 강제수사에 나서지 않겠냐”고 내다봤다.

따라서 공수처가 빨리 입장을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수사 개시 여부를 두고 고심이 길어질 경우, 도리어 대선에 임박하면서 ‘선거 개입’ 등의 비난을 받을 가능성만 커지기 때문이다. 이에 공수처 관계자는 “통상적 절차에 따라 접수된 고발장을 토대로 법리검토 등을 진행하는 한편, 검찰의 진상조사 상황, 언론 보도를 살펴보면서 입건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나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