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텔레그램?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논란 주인공으로 재등장

입력
2021.09.07 08:00
텔레그램, 보안성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정치권 등에서 은밀한 대화 나눌 때 자주 사용
2019년 12월 친문 인사 대화방도 논란의 중심에


"(내용을) 확인하시면 방 폭파"

윤석열 검찰의 여권 정치인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인사로 지목된 김웅 국민의힘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서울 송파갑 후보)이 당 관계자와 고발 관련 자료를 주고받으면서 보낸 메시지다. 메신저 대화 내용이 알려지면 안 되기에 확인 즉시 대화를 나눈 증거를 없애자는 취지로 남긴 말이다. 관련 자료는 손준성 전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으로 추정되는 이로부터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때 사용한 메신저는 '텔레그램'이다. '폭파'란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텔레그램은 상대방과 대화를 나눴다는 증거를 없애는 데 유용하다.

김 의원은 윤석열 검찰 고발 사주 의혹이 폭로된 초기 제보받은 자료를 당 법률지원단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의원이 받은 자료는 범여권 인사와 언론인에 대한 고발장, 검언유착 의혹 제보자 관련 기사 및 판결문,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미지 등 160여 건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이 손 검사로 추정되는 이에게 받은 자료를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 관계자로 알려진 인사에게 전달할 때 쓴 메신저 역시 텔레그램이다. 뉴스버스와 한겨레는 미래통합당 쪽 추정 인사가 김 의원을 당시 '김웅 부장검사(법무연수원)'로 저장했고, 김 의원은 '손준성 보냄'으로 표기된 자료를 이 인사에게 재전송했다고 보도했다.


실수한 김웅? '완벽한 폭파' 이뤄졌다면 폭로 안 됐을지도

뉴스버스는 이번 의혹을 보도할 수 있었던 건 '완벽한 폭파'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의원이 실수로 대화방의 내용 일부를 지우지 않았고, 제보자가 이를 보관해 왔기에 전달받을 수 있었다는 게 뉴스버스의 설명이다.

해당 내용을 보도한 뉴스버스의 전혁수 기자는 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텔레그램 기능엔 방을 폭파할 때 상대방 것도 전부 지울 수도 있고 놔둘 수도 있다"며 "(김 의원이) 방을 폭파하면서 실수로 상대방 것을 지우지 않은 게 아닌가"라고 추측했다.

완벽한 폭파가 이뤄졌다면 김 의원과 손 검사의 대화는 알려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처럼 정치권에선 은밀한 대화, 소수 인사가 중요한 내용을 논의할 때는 '텔레그램'을 사용한다. 텔레그램의 보안성이 메신저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삭제된 대화 기록 서버에 남지 않고 자동 삭제 기능도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의 파벨 두로프와 니콜라이 두로프 형제가 2013년 독일에서 만든 메신저다. 러시아의 소셜미디어 '브콘탁테'를 개발한 두로프 형제가 텔레그램을 만든 건 푸틴 정권의 검열이 계기가 됐다.

러시아 정부는 이들에게 반(反) 푸틴 운동에 가담한 사람들의 개인정보를 제출하라고 끊임없이 요구했고, 두로프 형제는 이를 거부했다. 러시아 정부의 압박에 결국 독일로 망명했고, 독일에서 '검열받지 않을 자유'란 기치를 내걸고 완벽한 보안을 자랑하는 텔레그램을 개발했다.

텔레그램에서 주고받는 메시지는 암호화가 돼 있어 보낸 사람과 받은 사람만 볼 수 있다. 대화를 주고받은 사람 중 한쪽이 메시지를 삭제하면 상대편 기록도 삭제된다.

가장 큰 장점은 메시지가 서버에 기록되지 않는 점이다. 확인 기간을 정한 메시지는 기간이 끝나면 자동 삭제돼 서버에 남지 않는다. 비밀 대화방 모드를 사용해 주고받은 메시지도 마찬가지다. 삭제된 데이터는 서버 기록에 남지 않아 대화를 나눈 흔적조차 남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압수수색도 소용없을 정도로 보안성이 뛰어나다. 텔레그램이 각종 사건 사고에 악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문 인사들 즐겨 써… 유재수 사건 연루 의혹 불거지기도

텔레그램은 친문 인사들이 즐겨 쓰는 메신저로도 유명한데, 2년 전에는 여권을 들쑤신 메신저였다. 2019년 12월 유재수 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의 감찰 무마 의혹에 텔레그램 대화방이 등장하면서 문제가 됐다. 당시 김경수 경남지사와 윤건영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현 더불어민주당 의원), 천경득 총무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이 이 대화방에 참여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유 전 부시장이 금융위원회 국장 시절인 2017년 텔레그램에서 네 사람이 금융위 인사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독립 기관인 금융위 인사에 청와대와 외부 인사가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당시 김 지사는 해당 대화방이 있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고, 청와대는 자체 조사 결과 그런 대화방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류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