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전 실패했지만…참전 美 장성들은 자문료 두둑히 챙겼다

입력
2021.09.05 18:11
"아프간전 퇴역 장성 8명 20개 기업 이사회로"
매크리스털 전 사령관 10년간 10개 기업 이사
회당 8,000만 원 연설료 등 고액 자문료 논란
국방 업무 외에 코로나19 자문 업무도 맡아
전문가 "퇴역장성 참여 기업, 기업가치 낮아"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아프가니스탄 정책을 비판해 2010년 퇴역한 스탠리 매크리스털(67) 전 아프간 주재 미군 사령관은 이듬해 컨설팅회사 ‘매크리스털 그룹’을 설립했다. 매크리스털 전 사령관은 아프간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과 대학 등에서 성공적인 리더십 관련 강연 사업을 진행해 수백만 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그는 2013년 미국 네브래스카 대학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 참여해 7만 달러(약 8,000만 원)를 받고 기조 연설을 했다. 또 2010~2019년 미국 저가항공사인 제트블루 자문역을 맡아 130만 달러(약 15억 원)를 받는 등 최근 10년간 10개 기업의 이사 또는 고문으로 활동하며 고액의 자문료도 받아 챙겼다.

4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이 신문이 기업 자료 등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2008~2018년 10년간 아프간 참전 퇴역 장군 8명이 20개 이상의 기업 이사회에서 이사 및 고문 등을 맡은 것으로 나타났다. 2013~2014년 아프간 미군 사령관이었던 조셉 던포드 장군은 지난해 미국 최대 군수기업인 록히드마틴 이사회에 합류했다. 그보다 앞서 미국 중부사령부 사령관을 맡았던 존 앨런 장군은 2013년 퇴역 후 4년 뒤 브루킹스연구소 소장을 겸하면서 군수기업인 노스럽그루먼의 자문역을 맡았다. 앨런 장군이 지난 3년간 노스럽그루먼으로부터 받은 자문료는 150만 달러(약 17억3,000만 원)에 달한다.

아프간에 두 차례 파병된 적이 있는 다니엘 데이비스 전 미 육군 중령은 “수년 동안 아프간 전쟁은 매일이 재앙이었지만, 퇴역한 장군들에게는 월급날이었다”며 “전쟁의 실패에 대해 이들의 지도력은 재평가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군수기업 자문을 맡은 이들 퇴역 장성들이 아프간전에 사용된 국방부의 무기구매사업 이권에 개입했다는 논란도 제기된다. 2011년 매크리스털 전 사령관이 재무 이사를 맡았던 차량엔진 제조업체 내비스타인터내셔널은 아프간에서 사용된 장갑차 가격을 부풀린 혐의를 받고 있다. 미 로비금지법에 따르면 전역 뒤 1년간 현역시절 관련 기업 취업을 금지하고 있지만, 이들 고위 장성들은 기업 이사회에 참여하는 형식으로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있다.

심지어 국방 업무와 연관성이 없는 분야로까지 진출했다. 매크리스털 전 사령관은 지난해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관해 지방 정부에 자문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매크리스털 그룹’은 지난해 보스턴시와 미주리주로부터 코로나19 대응 자문료로 각각 110만 달러(약 12억7,000만 원), 220만 달러(약 25억 4,000만 원)를 받았다.

메건 레인빌 미주리주립대 교수(재무행정학)는 “기업들은 퇴역 장성들이 규칙을 잘 준수하고, 위기 관리 능력이 높다고 판단해 이들을 선호한다”며 “하지만 군사적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포함된 이사회가 투자에 보수적이며, 기업 가치가 다른 기업보다 더 낮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강지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