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권리당원도 이재명에 몰표... 본인도 놀란 '충청 압승'

입력
2021.09.04 20:50
'권리당원 득표율 55%'로 이낙연 2배
'될 사람 뽑아달라' 호소 전략 통한 듯
판세 결정 아직... '호남 경선'이 고비

이재명 경기지사가 4일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순회경선 첫 지역인 대전·충남에서 과반 득표(득표율 54.81%)로 압승을 거뒀다. 2위 이낙연 전 대표(27.41%)를 2배 격차로 따돌렸다. 이 지사 스스로 "제 생각보다는 좀 더 많은 지지를 받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을 만큼 큰 승리였다.

역대 전국 선거에서 충청은 '캐스팅보터'였다. 충청의 선택이 전국의 선택이 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지사가 대전·충청 승리로 대세론을 쌓을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이 지사는 특히 강성 친문재인(친문) 성향의 권리당원 투표에서도 55%의 몰표를 받았다. "민심과 당심(黨心)은 다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은 결과였다. '이 지사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서는 선두를 지키고 있지만, 민주당원들은 그를 불신한다'는 관측이 빗나간 것이다.

이재명 '본선 경쟁력' 통했나... "비대면 경선도 영향"

이날 경선의 키는 권리당원이 쥐고 있었다. 대전·충남 전체 선거인단 5만2,820 명 가운데 권리당원 비중이 98%(5만1,776명)에 달했다.

2017년 대선 당시 당내 예선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날카롭게 각을 세운 전력 때문에 이 지사는 민주당에서 '우리 식구' 대접을 받지 못했다. 이에 이 지사가 권리당원 투표에서 고전할 것이란 전망이 많았다. 이낙연 전 대표 측도 "'문재인 정부 계승'을 내세운 이 전 대표에게 당심이 조직적 투표를 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결과는 이 지사의 대승이었다. 이 지사 대선캠프 관계자는 "민주당원의 지상 과제는 정권 재창출"이라며 "친문 성향 당원들도 이 지사가 본선에서 이길 가능성이 큰 후보라고 보고 전략적 투표를 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친문계 의원들이 이 지사 캠프에 다수 합류하면서 권리당원 표가 분산된 측면도 있다.

민주당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경선이 사실상 비대면으로 치러지면서 조직력이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했다.

'대세론' 발판 깔았지만... 호남 경선이 시험대

이 지사의 경선 전략은 '될 사람 뽑자'로 요약된다. 그는 이날 정견발표에서도 "경선은 본선 승리의 한 과정일 뿐, 본선에서 지는 경선 결과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이길 후보, 바로 저 이재명이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강조했다.

경선이 박빙으로 흐를 수록 경쟁이 거칠어지고, 결국 당내 대선주자들의 '상처'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날 경선 결과는 '대세론'을 노리는 이 지사에겐 더 없이 좋은 패다. 그러나 이 지사의 독주는 전체 경선 흥행 차원에선 '독'이 될 수도 있다.

민주당 당심이 '어차피 이재명'으로 기울지, '다시 보자 이낙연'으로 옮겨 갈지는 5일 세종·충북에서 실시되는 2차 순회경선 결과에서 드러날 것이다.

경선의 본게임 격인 호남 투표가 남아 있는 것도 변수다. 호남은 민주당의 뿌리이자, 권리당원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전남 출신인 이 전 대표가 호남에서 상대적 강세를 보이고 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호남 표심을 상당수 차지할 것이다. 첫 경선에서 충격패를 당한 이 전 대표 측은 호남에서의 '한방'을 벼르고 있다. 이 전 대표는 "저의 부족함을 메꾸겠다"고 말했다.


이서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