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추왓추] 두목에 찍힌 조직 2인자… 충성이냐 배신이냐

입력
2021.09.04 10:00
넷플릭스 드라마 '배드 블러드'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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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 2인자다. 두목의 신뢰가 깊다. 냉철하고 똑똑하다. 행동도 거침없다. 조직에선 유일한, 행동하는 두뇌다. 폭력조직 리추토 패밀리는 수십 년간 캐나다 몬트리올의 밤을 지배하고 있다. 건설업에 진출해 합법적 사업까지 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뇌물로 길들인 경찰 간부가 뒷배 역할을 해주고 있다. 연방 수사기관이 호시탐탐 조직을 노리지만 수사망을 잘 피하고 있다. 리추토 패밀리 2인자 데클란(킴 코츠)의 위상은 단단하다.


①조직 맡은 2인자... 불만 품은 후계자

아버지 니콜로(폴 소비노)의 뒤를 이어 두목이 된 비토(앤서니 라파글리아)는 조직을 안정적으로 운영한다. 데클란의 역할이 크다. 니콜로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조직에 들어온 데클란을 아들처럼 대한다. 비토와는 친형제처럼 지낸다. 청부폭력, 뇌물 공여 등 조직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두목조차 데클란을 함부로 대하지 못한다.

경쟁 조직을 짓누르며 사업 확장을 하던 리추토 패밀리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미국에 출장 갔던 비토가 체포된다. 젊은 시절 미국에서 저지른 살인이 발목을 잡았다. 수장을 잃은 조직은 혼돈에 빠진다. 비토는 데클란에게 임시로 조직 운영을 맡긴다. 비토의 아들 니코(브렛 도너휴)는 불만이 많다. 아버지가 은퇴하면 자신이 왕좌에 오를 테니 아버지가 부재하면 조직 운영은 자기 몫이라고 생각한다. 니콜로와 비토는 완력만 앞세우는 성미 급한 니코가 불안하다. 경험 많고 냉철한 데클란을 따르라고 하나 후계자 의식이 강한 니코는 사사건건 데클란에 맞선다.

②손잡자는 수사관, 등 돌리는 두목

데클란은 정신이 없다. 니코를 달래면서 조직의 주요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니코는 데클란을 골탕 먹이려는 듯 사고만 치고 다닌다. 오만한 데다 조심하지 않는다. 데클란과 니코가 대립하면서 비토의 마음도 서서히 데클란을 떠난다. 데클란이 적극적으로 구명 활동을 하지 않아 미국 수감 기간이 길어진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데클란은 자신의 위치가 흔들리고 있음을 직감한다. 때마침 연방 수사 요원이 손을 잡자고 제안한다. 리추토 패밀리의 붕괴를 도우면 형량을 줄여주겠다는 것이다. 데클란은 쉬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살길을 찾아야 한다. 데클란의 앞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아군은 적고, 적군은 넘쳐난다. 다른 범죄 세력과 합종연횡을 하면서도 믿을 건 자기 자신뿐이다.


③살아남기 위한 선택은

데클란은 여러 난관을 딛고 살아남는다. 그는 고독한 늑대 같은 인물이다. 가족이 없다. 두려움이 없다. 그의 무기다. 오로지 자기만을 생각하고 자기만을 위해 결단 내리고 행동하면 된다. 가족이 있으면 그들의 안위를 따져야 하니 함부로 행동에 나설 수 없다. 데클란은 명석한 두뇌를 바탕으로 발 빠르게 행동에 나서면서 밤의 제왕으로 서서히 떠오른다.

데클란에게도 아킬레스건이 있다. 남들은 잘 모르는 핏줄이 존재한다. 적들은 데클란의 유일한 약점을 노린다.

※권장지수: ★★★(★ 5개 만점, ☆은 반개)
음모와 협잡이 판친다. 아무리 두목의 신뢰가 깊은 2인자라도 언제 쫓겨날지 모른다. 범죄조직의 세계는 넘쳐나는 긴장만으로도 흥미로운 소재다. ‘배드 블러드’는 충직한 2인자가 곤경에 처하면서 어쩔 수 없이 자신만의 선택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다. 냉철하고도 현명하며 단호한 데클란은 매력적인 캐릭터다. 생계를 위해 조직에서 일하면서도 낭만과 인간미를 외면하지 않는다. 악기를 연주하며 외로움을 달래고, 혼자만 아는 별장에서 고독을 즐기는 모습 역시 매력을 더한다. 범죄물 애호가라면 특히 만족도가 높을 드라마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시청자 87%


라제기 영화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