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섬유 흥망성쇠의 '산증인', 제2의 부흥 꿈꾸다

입력
2021.09.04 10:00
이정학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상무이사
대구 섬유업계 40여년 종사, 책자 발간에도 앞장
첨단·친환경 섬유 개발로 새로운 도약 채비
섬유회관에 '스페이스 오즈', 스마트센터 탈바꿈

“코로나19 극복하고 섬유직물조합 50년 역사를 넘어 새로운 100년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의 섬유 직물 공업은 1980년대 우리나라 수출의 일익을 담당했다. 1987년 11월 11일 섬유수출 단일품목 최초 100억 달러 돌파 기념 수출의 날 제정, 1994년 섬유연구개발센터 건립 및 1998년 밀라노 프로젝트 참여 등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2000년에 들면서 섬유업은 전자(반도체), 기계에 밀려 수출 하향길을 걷다가 2010년부터는 인건비 상승과 중국 저단가에 내몰리며 대구경북 면직물업체들이 중국으로 팔려나가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정학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 상무는 “개인적으로 섬유업계 40년 가까이 종사하면서 지역 섬유업의 흥망성쇠, 그리고 굴욕의 순간까지 모두 목격했다”면서 “어려운 시기가 있었지만 최근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함께 기술력 강화와 탄소섬유 등 첨단·친환경 섬유 개발로 새로운 도약을 시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섬유회관을 다시 한국섬유의 메카로 만들기 위한 신개념 개방형 창작공간은 지난해 12월 대구 중구 섬유회관 3층에 들어섰다. 공유(Sharing)·작업(Working)·소통(Communicating)·홍보(Promoting)·판매(Selling)를 모두 충족시키는 ‘스페이스 오즈(SPACE 5S)’다.

이 공간에서는 디자이너가 국내에서 생산하는 우수한 원단으로 옷을 만들어 시중에 판매까지 할 수 있다. 원단오브제, 아카데미존, 패션의류 제작 워크룸, 디자인실, 스튜디오, 1인 미디어실, 재봉실, 비대면 회의실 등이 갖춰져 있고 제작한 의류는 이곳에서 직접 촬영해 SNS 판매까지 논스톱으로 이뤄진다.

올해 추가 국비사업으로는 ‘스페이스 플러스’를 구축할 예정이다. 10월쯤 소량 생산을 주로 하는 디자이너와 봉제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모바일기반 AR신체측정 프로그램 ‘마이핏’을 개발해 디자이너를 지원한다. 이 프로그램을 활용하면 소비자가 자신의 정확한 신체 사이즈를 손쉽게 측정해서 구매할 수 있는 만큼 반품율을 떨어뜨리는 동시에 재구매율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올해 안으로 조합 내에 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1층 로비를 ‘스페이스오즈 라운지’로 새롭게 단장해 섬유회관을 스마트 섬유센터로 탈바꿈시킬 예정이다. 젊은 세대에 맞춰 가상현실(VR)·증강현실(AR)·기업설명회(IR) 기반의 지역 스마트 섬유센터 전초기지로 만든다는 복안이다.

이 상무이사는 “코로나19사태로 지역 섬유업계가 또다시 힘든 시기를 맞고 있지만 대구경북 섬유산업의 새로운 100년 도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대구경북섬유직물공업협동조합은 1969년에 설립해 433곳의 업체를 아우르고 있다. 3~4년 전부터 새로운 소재 개발과 친환경 섬유 개발 등으로 산업용·탄소섬유 등 고부가 가치 제품의 개발·생산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섬유소재와 패션디자인 분야별 경계의 융합화로 다양한 섬유산업의 성장기반을 조성하는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강은주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