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내가 고발 사주? 어이없다... 처음 듣고 '회사 사주'인 줄"

입력
2021.09.03 12:10
기자들 만나 고발 사주 의혹 정면 반박  
김경진 "조작이라면 '검수완박' 세력일 수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자신의 최측근이 야당에 범여권 정치인에 대한 고발을 사주했다는 의혹 보도에 대해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며 "어이가 없는 일"이라고 반응했다. 윤 전 총장은 "(제가 고발을 사주했다면) 왜 고발이 안 됐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윤 전 총장은 3일 기자들과 만나 의혹을 정면 반박했다. 그의 말은 평소보다 다소 길었다. "이 정부에 불리한 사건은 고발을 해도 (검찰이) 수사를 안 했다. 다 아시지 않느냐. 정부에 불리한 사건을 고발한다 해도 할까말까인데, 누가 고발한다고 수사되느냐. 고발을 사주한다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 윤 전 총장은 "어이가 없는 일이고 상식에 비춰 판단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일문일답.

-김오수 검찰총장 체제의 검찰이 이번 의혹을 일부러 유출했거나 자작극으로 꾸몄을 가능성을 일각에선 이야기한다.

"'김오수 검찰'에서 조작했다는 말인가? 거기에 대해선 제가 아는 바가 없다."

-고발을 전혀 사주한 바 없다는 입장 그대로인가.

"당연하다. 처음에 아는 기자가 기사를 보내줬는데, '고발 사주'라고 돼 있길래 회사 사주(社主)를 말하는 줄 알았다. 제가 정말 사주를 했다면 왜 고발이 안 됐겠나. 이미 지난해 1월 정권 비리 수사를 진행했던 검사들뿐 아니라 올바른 입장을 옹호하는 인사까지 보복 학살 인사로 다 내쫓고 민심이 흉흉했다. 뭔가 고발을 해도 이 정부에 불리한 사건이면 수사를 안 하지 않았나. 피해자가 고소해도 수사를 할까 말까인데, 상식적이지 않다. '채널A 사건'도 그렇게 검언 유착이라고 하더니 1년 넘게 재판해서 드러난 게 뭔가. 해당 기자는 무죄 선고를 받았고, 오히려 권력과 언론의 정치 공작 드러나지 않았나. 뭘 하자는 건지... 이런 거 한두 번 겪은 거 아니잖나."

-손준성 검사가 윤 전 총장의 '눈과 귀'라고 하는데.

"대검 간부는 검찰총장과 소통해가며 일하는 게 맞지만, 필요한 업무에 대해 그렇게 하는 것이지 모든 걸 다 하는 건 아니다. 손 검사가 이런 일을 했다는 자료라도 있나? 그걸 내놓고 이야기해야 한다. 저는 검찰총장이나 검사장, 기관장 하면서 누구에게 고발하라 한 적이 없다. 제가 그럴 이유도 없다. 야당이 고발하면 오히려 더 수사를 안 할 텐데 무슨 의미가 있나. 어이가 없다. 상식에 비춰 판단해 달라."



윤 전 총장의 대선캠프도 적극 반박에 나섰다. 윤석열 캠프 대외협력특보인 김경진 전 의원은 3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단 윤 전 총장은 몰랐다. 사주 당사자로 거론되는 손준성 검사(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도 그런 사실이 없다 하지 않나”라며 “전체적으로 보면 그런 사실 자체가 없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관련 보도를 접한 윤 전 총장도 “기억에도 없고, 사실 자체가 없는 일이기 때문에 도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고 했다고 김 전 의원은 전했다.

증거 조작 가능성도 거론했다. 의혹을 보도한 인터넷매체 ‘뉴스버스’는 손 검사가 김웅 의원(당시 미래통합당 총선 후보)에게 청부 고발장을 보냈다며 증거로 ‘손준성 보냄’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캡처 화면을 제시했는데, 얼마든 꾸며낼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전 의원은 “발신자의 텔레그램 메신저상 이름을 ‘손준성’으로 지정하기만 하면 실체가 누가 됐든 손준성이 보낸 것처럼 찍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심되는 조작 주체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주장 세력을 지목했다. 김 전 의원은 “만약 조작을 했다면 지난 3년 동안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가 무죄라고 악착같이 주장했던, ‘검찰의 수사권을 완전히 박탈해야 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윤석열 후보가 대단히 문제가 많은 후보라고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세력들이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지난해 총선이 열흘도 남지 않은 시점에 현역 의원도 아니었던 김 의원을 통해 대리 고발을 사주하는 것 자체가 맥락상 맞지 않다고도 했다. 김 전 의원은 “손 검사와 김웅 의원이 연수원 동기로 친하다면 후원금을 주고 격려하지는 못할망정 그렇게 골치 아픈 일을 시키겠나”라며 “김웅 의원도 보다 정밀하게 검토를 해 보고 해명 자료를 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강유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