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국민권익위가 부동산 비리 의혹을 제기한 국민의힘 국회의원 중 2일까지 탈당계를 낸 건 '0명'이다. 국민의힘은 6명에게 탈당을 요구했지만, 내내 무응답이다. 당 지도부도 사실상 팔짱만 끼고 있다. "부동산 문제라면 더불어민주당보다 강하게 대처하겠다"는 공언은 무색해졌다.
탈당을 요구받은 강기윤,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의원은 꿈쩍하지 않고 있다. 비례대표라 제명 조치된 한무경 의원도 여전히 국민의힘 소속이다. 제명안을 국민의힘이 처리하지 않아서다.
3일이면 탈당 요구 열흘째가 된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2일 "언론중재법 투쟁을 한동안 지속하다 보니, 부동산 문제는 챙기지 못했다. 다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의원 제명안은 당내 의원총회에서 처리된다. 지난달 24일 이후 의원총회가 3번 열렸지만, 한 의원 제명안은 상정되지 않았다. "언론중재법이 급하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이에 "처음부터 징계 의지가 없었던 게 아니냐"는 의심이 쏟아진다. 의원들의 탈당을 강제하려면 당내 윤리위원회를 구성해야 하지만, 윤리위원장부터 여전히 공석이다.
국민의힘이 미적거리는 건 당장의 부동산 의혹 해소보다 내년 3월 대선과 6월 지방선거의 유불리를 따지는 게 중요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탈당 요구를 받은 6명 중 지역구 의원은 5명으로, 이들은 지역 조직을 이끄는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각 지역을 꽉 잡고 있는 의원들이 무더기로 탈당하면 선거전략에 큰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철규, 정찬민 의원은 윤석열 대선캠프 소속이라 이들을 무리하게 내쳤다가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탄압한다"는 편파 시비가 일 수도 있다.
해당 의원들이 권익위 조사 결과가 부당하다며 반발하는 것도 당 지도부가 강경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이유다. 김기현 원내대표는 "일부 의원들은 소명을 위해 유권해석까지 받아 자료를 제출했다. 소명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