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이 숨진 택배 대리점주 이모(40)씨의 유서에 적힌 조합원들의 폭언 사실을 일부 인정했다. 하지만 이씨 자살에 대한 책임은 다른 곳으로 돌렸다. 이씨 유족들은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택배노조는 2일 서울 서대문구 전국서비스산업노조연맹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J대한통운 김포장기대리점주 이씨가 숨진 사건에 대한 자체 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자리에서 김태완 택배노조 수석부위원장은 "폭언이나 욕설은 없었지만, 인간적 모멸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있었다"며 "엄중히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씨는 지난달 30일 김포의 한 아파트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이씨가 남긴 유서에는 "노조의 집단 괴롭힘에 날이 갈수록 더 심해지는 태업에 버틸 수 없다"는 등의 내용이 있었다.
이에 대해 택배노조는 이씨 유서 내용이 일부 사실이라 인정했다. 김 부위원장은 "경찰 조사에도 협력할 뿐 아니라, 노조도 징계위원회를 열어 강력하게 조치하겠다"며 "집회 현장에서 욕설 등 과격한 용어를 쓰는 것에 대해서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택배노조의 괴롭힘과 태업이 이씨 죽음의 원인이라는 점은 부인했다. 택배노조는 6년간 상습적으로 임금 지급이 지연됐고, 이에 대해 지난 6월 열흘 정도 준법투쟁을 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그 대신 이씨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이유로 원청인 CJ대한통운을 지목했다. 숨지기 얼마 전 이씨가 김포지사장 요구로 '대리점 포기각서'를 냈다는 점을 들어 "CJ대한통운 본사는 퇴직자를 위해 이씨를 압박했는지 즉각 감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CJ대한통운 측은 "지금은 유가족에게 애도해야 할 때"라며 "유가족 지원 방안을 마련 중"이라고만 밝혔다.
택배노조의 이런 주장에 대해 이씨 유족은 강력히 반발했다. 이들은 "노조가 고인의 마지막 목소리마저 부정하는 파렴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장례를 마친 후 책임을 묻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또 택배노조가 이날 기자회견을 열면서 애도를 표한 것에 대해서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고인의 빈소도 찾지 않는 노조의 애도를 진정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한편, 대리점연합회는 최근 경기 곤지암의 한 택배 대리점에서도 대리점주를 향한 노조 간부의 폭언이 있었다며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은 택배노조 간부가 총파업을 들먹이며 새 대리점주에서 소장직을 포기하라고 협박하는 내용이다. 김 부위원장은 "해당 사실에 대해 확인 중이며 추후 입장을 밝히겠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