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을 낳은 뒤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두 달 만에 사망케 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부모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친모가 자수를 했지만, 시신이 발견되지 않는 등 객관적 증거가 부족한 데다 친모 진술에 신빙성이 낮다고 판단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 이상주)는 2일 유기치사 혐의로 기소된 친부 김모(43)씨와 친모 조모(41)씨에 대해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지난달 12일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 징역 20년을, 조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재판부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소사실을 증명할 직접 증거로는 조씨 진술이 유일하나, 진술을 그대로 믿기 어렵고 나머지 증거는 신빙성을 뒷받침하지 못하거나 그 자체로 증명이 어려운 간접 증거들에 불과하다"며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2010년 10월 딸을 낳았으나 출생신고를 하지 않고, 필수 예방접종을 한 차례도 하지 않는 등 제대로 돌보지 않은 혐의를 받았다. 조씨는 남편 김씨가 "내 아이가 맞냐"며 외도를 의심해 수시로 아이를 학대했다고 주장했다. 고열에도 학대가 드러날까 봐 병원 치료를 하지 않았고, 같은 해 12월 결국 숨졌다는 것이다.
출생신고를 하지 않아 서류상으로 존재하지 않는 아이였기 때문에, 당시 사망 사실 자체가 알려지지 않았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다가 2016년부터 김씨와 별거하게 된 조씨가 이듬해 3월 "죄책감이 들어 처벌받고 싶다"며 경찰에 자수하면서 사건은 수면 위로 드러났다. 검찰은 조씨의 진술에 기반해 2019년 1월 김씨와 조씨를 기소했다.
조씨 진술에 따르면 시신은 포장지로 싼 뒤 흙과 함께 나무상자에 담아 실리콘으로 밀봉해 6년간 집에 보관했다고 한다. 조씨는 이후 김씨가 시신을 버렸다고 주장했지만, 경찰 수색에도 시신이나 나무상자는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김씨는 아내인 조씨 진술의 신빙성이 떨어지고 객관적 증거가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시신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이가 유기행위로 사망했는지 생존했는지가 불분명하고, 설사 유기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사망과의 인과관계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조씨 주장과 배치되는 친척과 친자녀의 진술, 아이 상태를 인지하고도 119 신고를 하지 않은 점, 시신을 한 달간 상온의 화장실에 방치했으나 부패·악취가 심하지 않았다는 조씨 진술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 아이가 사망한 지 7년 뒤에 신고한 점과 2016년 김씨가 아동복지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증인으로 출석한 조씨가 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지 않은 점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김씨는 공판 내내 흐느끼다가 선고 후 재판부에 감사를 표했다. 조씨는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나 또한 처벌받을 수 있다는 것을 감안했고, 한 점 부끄럼 없이 사실대로 말했는데 믿지 않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남겨진 딸 아이가 많이 힘들어하는 것 같아 항소 여부는 생각해보겠다"고 말했다.
검찰은 2019년 10월 결심공판에서 김씨에게는 징역 5년을, 조씨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구형했다. 같은 해 11월 선고가 예정돼 있었지만, 김씨가 수차례 출석하지 않고 잠적해 재판이 세 차례 연기됐다. 잠적했던 김씨는 올해 5월 경찰에 자수해 공판이 재개됐으며, 검찰은 징역 20년으로 구형량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