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업계 최초로 2억 화소의 모바일 이미지센서를 개발했다. 이에 따라 이 분야의 세계 1위 기업인 일본 소니 추격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
삼성전자는 2일 0.64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화소 2억 개를 담은 이미지센서 '아이소셀 HP1' 신제품을 공개했다. 지난 2019년 업계 최초로 1억800만 화소 이미지센서를 선보인 삼성전자는 2년 만에 다시 2억 화소 제품 출시에 성공했다.
화소는 화면을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로, 많을수록 더 선명하고 깨끗한 이미지로 촬영할 수 있다. 최근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업체들은 고화소 이미지센서 카메라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번에 개발된 삼성전자의 2억 화소 이미지센서가 가진 기술적인 의미는 상당하다. 일반적으로 작은 크기의 화소가 많이 모이면 해상도가 증가하지만, 화소가 작아지는 만큼 빛을 받아들이는 공간이 작아지기 때문에 화질은 떨어진다. 또 스마트폰 1대당 탑재가 가능한 카메라 수도 많아지면서 이미지센서의 크기도 줄여야 한다. 삼성전자는 이런 문제를 반도체 기술력으로 해결했다.
이 제품은 밝을 때는 화소 본래 크기로 빛을 받아들이고, 어두울 때는 화소 16개를 하나처럼 활용해 빛을 많이 받아들이는 ‘카멜레온셀’ 기술을 접목했다. 이는 화소가 작아 빛을 충분히 못 받아들이는 상황에서 빛을 최대한 흡수하기 위해 같은 색상의 화소끼리 모으는 기술이다. 이 제품은 삼성전자가 내년 초 선보이는 '갤럭시S22', 중국 샤오미 '미12 울트라' 등 최신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현재 이미지센서 분야에서 '카메라 명가'인 소니와의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소니의 이미지센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할 만큼 절대적인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삼성전자가 소니보다 더 높은 화소의 이미지센서를 잇따라 선보이면서 양사의 시장점유율 격차도 좁혀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소니의 연간 점유율은 전년 대비 3.7%포인트 하락한 49.8%인 반면,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 18.1%에서 19.6%로 늘었다. 지난 2019년 2분기 당시 39.5%포인트였던 양사의 점유율 격차가 지난해 30.2%포인트까지 줄었다.
대외 상황도 삼성전자에 유리하다.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써왔던 화웨이가 미국의 수출 규제로 미끄러진 반면 삼성전자 제품이 탑재된 샤오미의 스마트폰은 화웨이의 빈 자리를 빠르게 채우고 있다. 여기에 애플이 내년 이후 '잠망경 형태의 광학줌(폴디드줌)' 카메라를 탑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이를 위해 삼성전기나 삼성전자와 협력 가능성이 유력하게 점쳐진다. 애플은 그동안 소니의 이미지센서를 써왔다.
이미지센서 시장은 스마트폰 이외에 자율주행차, 드론 등 영역이 확대되면서 지속 성장 중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는 2020년부터 5년간 이미지센서 시장이 연 평균 12%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2025년엔 336억 달러(약 3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덕현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부사장은 "삼성전자는 초소형 이미지센서에서의 고감도 촬영을 위한 기술적 난제를 극복하기 위해 독보적인 기술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며 "한계를 뛰어넘는 고화소 아이소셀 HP1은 차세대 모바일 기기에서의 카메라 트렌드를 선도할 혁신적인 제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