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대권 주자들이 서로를 가리켜 '두테르테'라고 비판하며 하루 종일 설전을 벌였다. 최근 흉악 범죄가 잇따르자 사형제 부활이 거론된 데 이어 마약 용의자를 현장에서 사살하는 등 극단적 정책으로 논란을 일으킨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까지 불러낸 것이다.
두테르테 대통령을 먼저 언급한 건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다. 그는 1일 대권 경쟁자 홍준표 의원의 발언을 두고 '두테르테식'이라 표현했다. 홍 의원은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에 20개월 아이를 폭행·살해한 범죄자의 기사를 공유하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반드시 이런 놈은 사형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대한노인회 일정을 마친 윤 전 총장은 홍 의원의 발언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통령이 형사처벌에 관한 사법 집행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두테르테식"이라고 답했다.
홍 의원도 가만있지 않았다. 그는 페이스북에 "나를 두테르테에 비유한 것은 오폭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두테르테이고 귀하는 두테르테의 하수인"이라는 글을 올리며 발끈했다. 또 "뜬금없이 나를 두테르테에 비교하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하는 것은 번지수가 틀려도 한참 틀린 말"이라고 따졌다.
홍 의원은 "(윤 전 총장은) 문 대통령이 적폐 수사를 지시하자 중앙지검장으로 벼락출세한 보답으로 득달같이 우리 진영 사람 1,000여 명을 무차별 수사해 200여 명을 구속한 분"이라며 "지난날 적폐 수사를 반성하고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는 것이 순서"라고 지적했다.
유승민 전 의원도 윤 총장 비판에 힘을 보탰다. 그 역시 페이스북에 윤 전 총장의 검사 재직 당시 수사 이력을 언급하며 "두테르테? 본인부터 되돌아보길"이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과거 윤 전 총장의 목적이 수사였느냐, 보수 진영의 궤멸이었느냐"며 "문재인 권력의 칼 노릇을 하던 윤 전 총장이 수없이 행한 무리한 구속, 수사, 기소를 온 천하가 안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홍 의원이 두테르테면 윤 전 총장은 뭐라고 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장성민 전 의원은 "윤 전 총장이 한국과 우방인 필리핀과의 국가 외교를 치명적으로 훼손시키며 국익 침해행위를 하고 있다"며 "주한 필리핀대사를 예방해 두테르테 대통령의 비하 발언을 정중히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경쟁자들이 온통 '두테르테' 발언을 붙잡고 늘어지자 윤 전 총장은 "얘기만 한마디 하면 다 벌떼처럼 말씀하신다"고 되받아쳤다. 이어 "공직에 있으면서 법과 원칙에 따라 소임을 다했다"며 "총장 시절 했던 수사에 많이 격려해준 분들이 왜 태도를 바꿨는지는 국민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