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토록 원하던 패럴림픽 저는 왔는데...” 하늘로 띄운 답장

입력
2021.09.01 14:05
양궁 여자부 조장문, 3년 전 하늘로 떠난 남편에게 띄운 편지

양궁 여자부 국가대표 조장문(55) 선수는 3년여 전인 2018년 3월 간암에 걸린 남편 김진환씨를 하늘나라로 먼저 보냈다.

소아마비로 오른발이 불편한 조장문이 2012년 선수생활을 시작할 때부터 남편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랬던 김씨는 2017년 10월 갑작스레 허리 통증을 호소했고, 정밀 검사 결과 ‘간암 말기’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암세포가 간에서 척추로 전이돼 척추 4번이 무너졌고, 이로 인해 심한 허리 통증을 겪은 것이다. 2017년 12월 실낱같은 희망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3개월 후 결국 하늘로 떠났다.

장례식 후 조장문은 남편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한 번 더 오열했다. 김씨가 병원에서 쓰던 다이어리에서 자신에게 쓴 편지를 뒤늦게 발견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편지에서 “여보, 고맙고 미안하다. 못난 남편을 살리려고 애썼는데 함께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도쿄패럴림픽도 함께할 수 없게 됐다. 정말 미안하다"고 했다. 이어 “못난 나를 만나서 아들과 딸 잘 키우고, 열심히 살아줘서 고맙다”면서 “너무 슬퍼하지 마. 장성한 두 아들과 예쁜 딸도 있잖아”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패럴림픽에는 꼭 가. 내가 위에서 응원할게. 사랑한다. 못난 남편이…"라고 글을 맺었다. 다이어리에는 일가친척에게 쓴 편지도 있었는데 모두 ‘아내를 잘 부탁한다’는 내용이었다.

이후 패럴림픽 출전을 확정하고 연일 구슬땀을 흘려 온 조장문은 도쿄에 도착해 펜을 잡았다. 하늘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는 답장이다. 조장문은 “경기 때마다 항상 함께했던 당신의 힘으로 2019년 네덜란드(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도쿄패럴림픽) 쿼터를 획득했다”면서 “힘들 때마다 산소를 찾아 (당신을) 불러보지만 대답이 없어서 눈물만 나온다”고 했다. 이어 “끝까지 함께하며 내 오른발이 돼주겠다던 약속은 어디로 가버리고, 하늘이 야속하기만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하늘에서는 아프지 말고 건강하세요. 아이들과 씩씩하게 살아갈게요. 하늘에서 응원해주세요”라고 썼다.

조장문은 2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공원 양궁장에서 벌어지는 여자 개인전 리커브 오픈(16강전)에 출전한다. 2016 리우대회에선 이 종목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강주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