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현지시간) 발생한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 테러로 남편인 릴리 매콜럼 일병을 잃은 지나 매콜럼은 바이든 대통령을 만나고 난 뒤 가족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아프간에서 전사한 미군 유족들을 미 델라웨어주(州) 도버 공군 기지에서 따로 만나 위로하려 했지만, 무성의한 태도 때문에 오히려 분노를 일으켰다고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가 30일 보도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 부부는 테러로 숨진 미군 13명의 유해가 공군기지에 도착한 29일, 유족들과 사적 공간에서 개별적으로 만났다. 유족 전체를 대상으로 발언하기보다 가족을 잃은 따로 만나 슬픔을 함께 하려 한 것이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보여준 태도가 역효과를 불렀다.
재러드 슈미츠 일병의 아버지인 마크 슈미츠 역시 신문에 불만을 토로했다. 슈미츠는 전날 밤까지만 해도 군 관계자에게 대통령을 만나는 자리에 참석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군 통수권자인 바이든 대통령의 철수 작전 실패로 자신의 아들이 전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생각을 바꿔 이날 오전 대통령과 만났지만 더욱 실망스럽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슈미츠는 자신이 바이든 대통령을 쏘아보는 것을 느꼈는지, 대통령이 아들의 생모인 전 부인과만 이야기를 나눴다고도 덧붙였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6년 전 사망한 자신의 아들 얘기를 주로 꺼낸 것으로 알려졌다. 참다 못한 슈미츠가 아프간 전사자들의 사진을 꺼내 “이들의 이름을 잊어서는 안됩니다. 그들의 얘기를 들을 시간을 할애하세요”라고 말하자 바이든 대통령은 “그들의 얘기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퉁명스럽게 답했다고 WP는 전했다. 슈미츠는 “대통령에게 모욕을 주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자리에서 자기 아들 얘기를 더 많이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비판했다.
지나 매콜럼 역시 바이든 대통령의 이날 태도를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은 사전에 준비한 듯한 말을 하고, 깊이도 없었다”며 “그것도 몇 분 정도만 얘기했는데 해병을 잃은 슬픔을 완전히 무시한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한 유족은 돌아가는 버스에 탑승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이 있는 쪽을 향해 “내 형제가 죽었다. 지옥 불에나 떨어져라!”고 소리쳤다고 한다. 신문은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슬픔에 잠긴 사람과의 공감 능력을 자신의 강점으로 부각했는데, 지금은 직접 책임이 있는 사안을 놓고 그 희생자와 대면한 상황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포옹을 나눈 가족도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대통령을 만난 유족들이 그때 상황을 공개적으로 얘기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그러나 당시 대통령이 느끼던 점을 내가 말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구체적 언급을 삼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