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할머니 찌르고, 낯선 여성 때린 10대들...'촉법소년' 그대로 둬야하나

입력
2021.09.01 10:58
①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
"촉법소년 강력범죄 비율 증가 
1954년 정해진 14세 기준 낮춰야
교육으로 변화? 소년 초범에게만 설득력"
②박인숙 변호사
"UN 아동권리협약, 형사 미성년자 14세 권고"
"2014년 이후 소년원 방문, 아이들 달라져"
"가정교육-윤리교육 등 절실"

할머니 폭행·살해, 유사강간 등 10대 청소년의 잔혹한 범죄가 잇따르면서 죄질에 비해 가벼운 처분을 받는 촉법소년 문제가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 조정해 강력 처벌하자"는 목소리와 "미성숙한 청소년에 처벌보다는 교화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반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와 박인숙 변호사(전 법무부 산하 소년보호혁신위원회 위원)는 31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촉법소년 문제를 두고 맞섰다.

현행 형법과 소년법에 따르면 만 14세 미만은 형벌을 받을 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 만 10∼14세 형사 미성년자는 보호처분으로 처벌을 대신하며, 만 10세 미만은 보호처분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설령 잔혹한 범죄를 저질러도 상대적으로 처벌이 가벼워, 사회의 공분을 살 만한 청소년 강력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다.

이 교수는 "아이들이 이른바 촉법소년 찬스를 쓰고 있다"며 "1954년에 정해진 14세 기준의 연령 조정이 필요하고, 죄질에 따라 선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실제로 아이들이 형사들한테 '형사 아저씨 나 촉법이니까 빨리 끝내고 갑시다' 이렇게 얘기하거나 아이들끼리 카톡으로 '나는 촉법이야 ㅋㅋㅋ'라고 주고받는다"며 "이런 아이들에게는 엄벌을 보여줌으로써 본인의 악행에 대해 불이익을 줘야 재범도 막을 수 있고 사회 전체 형사정의에도 더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살인, 강간 강력범, 또 10대 포주도 있고, 친구들 어머니 대상으로 사기치는 지능범도 있다"며 "나이만 어렸지 실제 범죄는 성인범죄 못지않은 만성적 소년범죄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일정한 엄벌을 가하는 것이 정의에 맞다"고 말했다.


"기준 낮춰 악성 범죄자 엄벌" VS "14세 유지 또는 더 올려야"

반면 박 변호사는 처벌 강화라는 감정적인 대응보다는 보다 과학적이고 폭넓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유엔 아동권리협약의 일반원칙은 형사미성년자 연령을 12세 이하로 내리지 말라고 권고했는데, 2020년 개정되면서 우리나라에 14세 유지를 권고했고, 오히려 더 올리는 것이 적합하다고 했다""그 이유는 12, 13세 아이들은 뇌 발달과정상 전두엽이 자라는 시기라 형사 절차를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고, 형사 책임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국제인권협약이 그와 같이 권고했어도 영국이나 스코틀랜드는 (촉법 소년 기준이) 10세 전후고, 미국 어떤 주는 심지어 6세까지도 형사처벌 대상이 되기 때문에 과학적 기준은 아니다"며 "다만 우리나라에서 14세에서 13세로 낮추자고 하는 그 근거 자체는 촉법소년의 여러 범죄를 분류해봤더니 13세부터 14세에 해당되는 연령층이 가장 많고,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중2에 해당되는 비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고 반박했다.

박 변호사가 "언론에 보도되는 몇몇 자극적 사건을 두고 만성적 범죄라는 근거가 무엇인가"라고 따지자 이 교수는 "만성적 범죄는 미국과 중국에서 이미 통계학적으로 검증된 개념으로, 소수 6%가 결국 70% 이상의 대다수 범죄를 저지르는데, 이것은 촉법소년의 조발비행(이른 시기에 비행을 저지름)으로부터 시작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특히 "국내에서 촉법소년에 의한 살인 사건이 1년에 20, 30건 정도 일어나고, 강도도 300건 정도, 강간 사건도 2,000건, 방화도 수천 건 일어난다"며 "1년에 발생하는 6만~7만 명 전체 청소년 비행이 아닌 법적 제재와 관리 체제 안에 들어야 될 극단적 촉법소년 비율 자체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밀 교정시설 교화기능 못해" VS "가정·학교 교육 미흡"

박 변호사는 "소년보호혁신위에서 논의했던 것 중 하나가 촉법에 대한 통계가 제대로 잡히지 않는다는 것인데, 무슨 근거로 그렇게 말씀하는지 납득이 안 간다"며 "조발비행 아이들이 만성 (범죄자로) 가는 경우가 많다는, 재범률이 높다는 통계는 분명히 존재하지만 왜 재범률이 높은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교육을 통한 재사회화 효과를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매주 서울 소년원에 가 아이들이 변화하는 것을 느꼈다"며 "성인범죄자와도 다르다"고 했다.

그는 "성인범죄자는 본인의 문제점을 알지만, 그 행동을 하는 데 아이들은 무엇이 문제인지, 왜 하지 말아야 하는지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하고, 이런 걸 누구도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강조했다.

다만 "흉악범죄를 저지른 아이들은 얼마나 무서운 범죄인지 모르지는 않겠지만, 피해자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것이 있다"며 "가정교육과 학교 윤리교육이 잘 되지 않아 누구도 아이들에게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그 행동이 타인에게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제대로 교육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도 교육 문제를 지적했지만 결이 달랐다. 그는 "학교 교권이 많이 상실돼 학생들에게 구체적으로 불이익을 줄 수 있는 근거 자체도 없다"며 "전체 6만~7만 건의 청소년 범죄 중 약 96%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고 말했다.


"대선 후보들 청소년 범죄 문제·대책 공약으로 밝혀야"

교정시설의 교육도 미흡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교수는 "보호처분한다 해도 보호관찰관 1명이 청소년을 담당하는 경우가 유럽은 20건인데 우리는 120건"이라며 "1,250명 정원인 소년원에 1,500~1,600명이 (수용돼) 소년원 기능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교육도 체계적 인프라를 갖출 필요가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악성 범죄자는 소년원이 아니라 소년교도소로 보내 정식 형사처벌을 받아야, 오히려 소년원에 있으면서 (다른 사람에게) 악성을 감염시키는 폐해를 막을 수도 있다"며 "교육은 청소년 초범 비행자에게는 설득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은 청소년들에게는 오히려 다른 악성을 감염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청소년 비행 촉법소년 문제는 학교, 지역사회 교육, 가정의 복합적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악행을 저지르면 손해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된다"며 "촉법소년 문제가 수년간 지속해도 반복되는 건 국가가 청소년 정책을 중요한 의제로 삼지 않기 때문"이라며 "대권주자들이 청소년 범죄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공약으로 밝힐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박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