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훈처가 내년부터 부모가 모두 사망한 전몰ㆍ순직 군경 자녀가 보상금을 받을 수 있는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으로 전사한 고 정종율 상사의 아들 정모(17)군도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올 7월 정 상사의 아내인 정경옥씨가 암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나자 홀로 남겨진 정군이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보상금을 받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여론의 요구가 거셌다.
보훈처는 31일 유공자와 유족의 보상금 인상, 대상 확대에 4조5,382억 원을 편성하는 등 총 5조8,530억 원 규모의 2022년도 예산안을 조만간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보훈처 예산안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부모가 사망한 미성년 유족의 보상금 지급 가능 연령을 만 24세로 확대한 점이다. 현행 ‘국가유공자 예우와 지원에 관한 법률(12조 2항)’에 따르면 유족 보상금은 미성년인 자녀에 한해 지급하게 돼 있다. 이 때문에 현재 17세인 정군은 2년 뒤에는 보상금을 받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대학에 들어가도 등록금을 혼자 알아서 마련해야 한다.
정군의 안타까운 사연이 알려지자 지난달 22일 어머니 정씨 빈소를 방문한 여야 대표와 대선주자들은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촉구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튿날 “법을 신속히 개정해 보상금 수급 연령을 만 24세로 상향하는 등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보훈처가 법 개정을 전제로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개정 움직임도 탄력을 받게 됐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등 여야 정치인들이 법 개정 필요성에 충분히 공감하는 만큼 개정안이 연내 국회를 통과할 것으로 보훈처는 전망하고 있다. 현재 김도읍ㆍ이주환 국민의힘 의원과 이정문 민주당 의원이 개정안을 발의한 상태다.
보훈처 관계자는 “수급 가능 연령을 확대하면서 대학 진학 등 현실적으로 경제활동을 할 수 없는 자녀가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