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지자체별로 각종 일자리 창출 사업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고용위기 완화에 기여하지 않았다고 할 순 없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진 일자리 상당수가 일시적이거나 저임금으로 질이 낮다는 지적이 많다. 관 주도의 '하향식' 일자리 창출의 한계다.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경북도가 올해 새로운 실험에 나섰다. ‘경북형 기업수요 공모 패키지 사업’이 그것이다. ‘온디맨드(수요자가 원하는 대로 즉각 제공하는 비즈니스)’ 개념을 접목한 일자리정책이다. 그래서 사업 전면엔 경북도가 아닌 기업이 있다. 기업이 성장 플랜을 제시하고 도가 선정해 지원하면, 기업은 성장을 통해 주도적으로 고용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다. 31일 도 관계자는 "지역의 기업이 우선 잘되어야 양질의 일자리도 나올 수 있다는 상식과 일자리 창출의 기본 원리에 충실한 전략"이라고 소개했다.
무엇보다 기존의 관 주도 일자리 정책이 갖는 비효율성과 경직성에서 탈피가 기대되는 만큼, 기업수요 공모 패키지 사업은 다양한 기업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정확한 현장 맞춤형 지원이 특징이다.
유연한 지원을 위해 도는 사전에 지원 분야나 지원 예산 규모를 특정하지 않고 공모를 추진했다. 기업이 자유롭게 희망하는 경영혁신계획을 수립하고 혁신에 따른 고용창출 계획을 제출하면, 이를 평가해 성장 유망 기업과 시장성 있는 기업을 우선적으로 지원하는 방식이다. 이 때문에 기술개발, 시설장비 확충, 판로, 인력양성 지원 등 기업 지원 방식도 다양하다.
경북도는 올해 초 5개 기업을 선정한 데 이어 7개 업체를 7월에 추가 선정했다. 도 관계자는 "상반기 36개사, 하반기 28개사가 응모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며 "당초 5억 원에서 반응이 좋아 5억 원을 추가 편성, 총 10억 원을 지원한다"고 밝혔다.
1차 선정된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 ㈜화신정공(칠곡군)의 김철우 부사장은 “전기차 확대 등으로 체질 개선이 절실했는데 특정 기술이나 단계가 아니라 사업 목적에 맞게 융통성 있게 사용할 수 있는 게 가장 매력적"이라며 "경북형 기업수요 공모 패키지 사업은 미래형 일자리 창출을 위한 마중물이 되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주도권을 쥐고 있는 기업의 활동에 방해가 되지 않는 범위에서 안전장치도 두고 있다. 협약 체결 후 50%, 1차 중간평가 시 30%, 2차 평가 시 20% 등 지원금의 분할 지급이 대표적이다.
또 일본 도요타의 공정 연구자 등 국내 정상급 기업컨설턴트가 현장을 방문, 비효율성 제거 등을 위한 사전 컨설팅을 하고, 경제진흥원이 나서 기술개발 역량 강화, 홍보마케팅, 판로지원, 일자리 매칭 프로그램 등 각종 정책지원 프로그램과 연계해지원한다.
배성길 일자리경제실장은 “기업이 절실해하고 성공을 자신하는 분야를 선정해 지원하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며 "성장과 더불어 괄목할 만한 고용창출에 대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경북도는 △2020년 고용안정 선제 대응 패키지 지원사업 평가 전국 1위 △2020년 지역혁신프로젝트 평가 전국 1위 △2021년 지역주도형 청년 일자리사업 3년 연속 전국 최고액 확보 △2020년 전국 자치단체 일자리 창출 우수 등 일자리 창출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