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쟁 끝낸 바이든, '난민 정착' 논란에도 골머리

입력
2021.08.3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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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입국 자격 아프간인 최소 8만 명 추산
反이민 세력 반발·난민 수용 확대 요구 동시에
아프간 난민, 내년 중간선거 주요 의제 될 듯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철군 작전이 30일(현지시간) 마무리됐지만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 치러야 할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20년에 걸친 아프간전이 남긴 숱한 과제들 중에서도 난민 문제는 국제사회는 물론,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난제 중 난제다. 반(反)이민 노선을 걷는 공화당 등 보수 세력의 거센 반발 때문이다. 내년 중간선거에서도 이 사안은 그와 민주당을 위협할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이날 미군은 아프간 철수 완료와 함께, 자국민과 아프간 현지인 조력자, 제3국 시민의 대피 임무도 함께 종료됐다고 선언했다. 백악관에 따르면 미국은 이달 14일부터 미국인 5,000명을 비롯해 총 11만4,400명을 아프간에서 해외로 대피시켰다. 아프간을 떠나기 전에 미국 입국 자격을 인정받은 아프간인들은 약 8만 명인데, 상당수가 아프간 탈출에 성공한 셈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25만 명의 아프간인이 미국의 긴급 이민 자격을 얻을 수 있다는 추산(전쟁동맹국협회)이 나오는 등 수용해야 할 인원이 더 많을 가능성이 높다.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5일 아프간 수도 카불을 점령한 이후, 신변 불안 등을 이유로 고국을 떠난 아프간인은 폭발적으로 증가해 왔다. 올해에만 이미 아프간인 55만 명이 고향을 떠났다. 최악의 경우 연말까지 난민 50만 명이 더 발생할 것이란 관측(유엔난민기구)도 있다.

아프간인들의 대피는 일단 끝났지만, 어쩌면 바이든 대통령의 ‘진짜 전투’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1975년 베트남전 종전 이후 최대 규모의 난민을 어떻게 미국 사회에 안착시키느냐가 고민거리일 수밖에 없다. 우선 공화당 등 반이민 세력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맷 로젠데일 공화당 하원의원은 “아프간의 혼란이 미국에 난민을 넘쳐나도록 하는 변명이 될 순 없다”며 아프간 난민의 자국 정착을 반대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고문이었던 스티브 코르테스도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아프간인의 비행기 탑승 사진과 함께 “이 비행기가 당신 동네에 착륙하길 바라는 사람은 손을 들어 보라”는 글을 올리며 반대 여론을 부추겼다.

반대로 ‘적극적인 난민 수용’을 요구하는 민주당 진보 세력의 목소리도 바이든 대통령을 도와 주는 건 아니다. 오히려 더 난감한 처지에 빠뜨릴 공산이 크다. 65명 이상의 민주당 하원의원들은 난민 지원 예산 증액을 촉구하고 나섰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의 난민 수용 인원을 12만5,000명이라고 공언했는데, “20만 명으로 올려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백악관은 구체적 수치를 밝히지 않았으나, 기본적으로는 반발을 무릅쓰더라도 아프간 난민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그것(난민 유입)을 우리 스스로 멈추거나 막을 순 없다”며 “(이주민 유입이) 미국 구조의 일부라는 걸 (국민들에게) 분명히 전달하겠다”고 말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 시절 시리아 난민 문제로 겪은 정치적 어려움을 경험 삼아 백악관이 비교적 신속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2015년 오바마 정부는 시리아 난민 10만 명의 미국 내 정착을 계획하면서 정치적 공격을 받았고, 이는 이듬해 대선에서 공화당(트럼프 대통령)에 정권을 내주게 된 요인 중 하나가 됐다.

진달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