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과 생리 무관하다지만... 여성들 "사전 안내라도 해달라"

입력
2021.09.01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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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 백신 1차 접종 하루 뒤에 갑자기 하혈이 시작됐어요. 반나절 동안 하혈이 이어져 당황했어요. 주변에 물어보니 백신 접종 때 생리 문제에 대해 안내받은 사람은 없었더라고요."

40대 여성 이진영(가명)씨는 1일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씨는 지난달 18일 코로나19 백신 접종 뒤 생리를 시작했다. 원래 주기가 불규칙했지만, 500일 정도 없다가 갑자기 하혈한 것이어서 놀랐다. 이씨는 "주변에 물어보니 백신 접종 뒤 생리가 끊겼다는 사람도 있고, 거꾸로 다시 시작한 사람도 있다 한다"며 "백신 접종 때 이에 대한 안내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접종 뒤 생리 문제? "발생 가능하다"

지난달 26일부터 40대 이하 성인층에 대한 대규모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성인여성 중 생리 문제를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여성들은 사전 안내라도 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40대 이상 중년 여성의 경우 백신 접종이 생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봤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자궁 내막은 면역세포가 많기 때문에 면역계통에 변화가 생기고 혈액 응고 인자가 바뀌면 출혈이 생길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백신 접종 후 생리 문제는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생리 이상이 오래 이어지면 산부인과를 찾는 게 좋다.


백신 접종과 인과성? "아직은 없다"

해외에서도 백신 접종과 생리 문제는 아직은 인과성이 밝혀지지 않은 쪽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백신 접종으로 불규칙한 월경 등 부작용은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결론 냈다. 유럽의약품안전청(EMA)도 백신과 생리 이상 간 인과성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들은 최소한 사전 안내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1일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생리기간이 아닌 시기에 발생하는 하혈은 가장 공포스러운 일인데도 병원에 가면 피임약을 처방해 주거나 타이레놀을 먹으라는 말만 들을 뿐이니 사례연구를 위해서라도 백신 부작용 사례를 신고하게 해 달라"는 글이 올라 있다.

생리 문제, 안내라도 하라

이에 대해 조은희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 안전접종관리반장은 “월경 불순 등의 문제는 이상반응 신고 때 ‘기타’ 항목으로 신고가 가능하다”며 “둘 사이 연관성 문제에 대해서는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나영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는 “여성질환들은 의료계에서 스트레스성으로 취급되거나 무시되는 경우가 많다”며 “백신 접종과 월경주기 변화에 대한 유효한 데이터가 없다 해도, 이러한 증상이 있을 수 있다고 알릴 필요는 있다”고 했다.

박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