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30일(현지시간) 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에게 "미군 철수 이후에도 아프간인들의 출국 허용 약속을 준수하라"고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다만 일부 국가에서 제안한 아프간 수도 카불 내 '안전지대 설치'는 담기지 못했다.
이날 AP통신에 따르면 미국·영국·프랑스가 주도해 초안을 낸 이번 결의안에서 서방국가들은 탈레반에 자유로운 출국과 아프간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허용, 인권 존중, 테러 방지 등을 수행할 것을 요구했다. 총 15개국이 투표에 참가한 이번 결의안은 반대 없이 찬성 13표로 통과됐다. 탈레반에 우호적 태도를 보여 온 러시아와 중국은 기권했다.
만장일치 채택을 가로막은 러시아와 중국은 "미국의 철수 결정 탓에 벌어진 혼란의 초점을 흐리는 것"이라고 밝혔다. 나탈리 브로드허스트 주유엔 프랑스 부대사는 결의안 투표 후 "아프간인들의 이목이 유엔 안보리에 집중돼 있으며, 국제 사회의 지원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안보리 의견이 일치하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이는 안보리에나 아프간에나 실망스러운 일"이라고도 꼬집었다. 바버라 우드워드 주유엔 영국대사도 "국제 사회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위한 중요한 조치였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했다.
이에 대해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미국과 그 동맹국이 지난 20년 동안 개입하고 실패한 데 대한 비판을 (외부로) 돌리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미국이 탈레반의 아프간 장악 이후 해당 국가 자산을 동결, 경제적 위기와 인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은 외면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중국도 가세했다. 중국은 미국이 카불 공항 테러 이후 이슬람국가(IS)에 드론으로 보복 공습을 감행하면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서방 국가를 비난했다.
앞서 미국을 포함한 100여 개 국가는 29일 성명에서 "탈레반이 여행 허가서를 소지한 사람들의 출국을 보장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 탈레반은 "미국이 철수한 후 카불 공항 통제권을 넘겨받아 '통상의 출국'을 허용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서방국을 중심으로 한 안보리의 조치는 미국의 철수 시한인 31일을 앞두고 이뤄졌다. 카불 공항 테러가 발생하자 안토니우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아프간 문제 논의를 위해 안보리 회의를 소집한 데 따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