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일본의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인 ‘테라스하우스’에 출연하던 여성 프로레슬러 기무라 하나가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쏟아진 인터넷 비방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그중 “살아 있을 가치가 있나” 등 악성 게시물을 작성한 2명이 모욕죄로 약식명령을 받았지만 겨우 9,000엔(약 9만5,000원)의 과태료를 내는 데 그쳤다.
이처럼 특정인을 향한 인터넷상의 악성 비방이 증가함에 따라, 일본 정부가 형법상 모욕죄를 엄벌화해 징역형을 도입할 방침이라고 30일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법무성은 다음 달 중순 열리는 법제심의회에서 법 개정에 대해 자문을 할 예정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에서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행위’에 적용되는 모욕죄는 구체적인 사례를 적시해 사회적 평가를 떨어뜨리는 명예훼손죄에 비해 적용 범위가 넓고, 공공장소에서 욕만 해도 성립되기 때문에 처벌이 가볍다. 명예훼손죄의 처벌은 3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또는 50만 엔 이하의 벌금이지만 모욕죄는 구류(30일 미만)나 과태료(1만 엔 미만)로 규정돼 있다. 공소시효도 명예훼손죄는 3년이지만 모욕죄는 1년으로 짧다.
법무성은 모욕죄 처벌에 명예훼손죄보다 짧은 1년 이하 징역이나 30만 엔 이하 벌금 등을 도입하기로 했다. 공소시효도 현재 1년에서 3년으로 늘릴 방침이다. 인터넷 악성 게시물의 경우 게시자의 신원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렇게 되면 이미 모욕죄에 대해 1년 이하 징역이나 금고, 200만 원 이하 벌금으로 처벌하고 있는 우리나라와 처벌 수위가 비슷해진다.
법무성은 기무라가 숨진 다음 달인 지난해 6월에 프로젝트 팀을 설치해 모욕죄의 처벌 등에 대해 검토해 왔다. 주로 인터넷이나 소셜미디어 등에서 이뤄지는 비방 중상은 불특정 다수에게 전해지는 데다가 계속 확산되고 인터넷에 남는 등 피해가 심각해 징역형의 도입이 필수라고 판단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 모욕죄 형사 처벌에 대해 위헌 논란이 있다. 말 한마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있고, 공직자 등에 대한 비난까지 모욕죄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다. 적용 범위가 너무 넓어 명확성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지난 5월 문재인 대통령이 자신을 악의적으로 비난하는 전단지를 돌린 시민을 모욕죄로 고소했다가 철회했을 당시에도 비슷한 논란이 벌어졌다. 헌법재판소는 2013년에 이어 지난해 12월에도 모욕죄는 합헌이라고 결정했지만, 올해 1월 모욕죄가 위헌이니 헌재가 심리해 달라는 요청이 법원으로부터 제기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