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탁구 금·은·동 싹쓸이... 주영대 "태극기 3개 동시 올라가는 모습 감동"

입력
2021.08.30 17:00
22면

도쿄 하늘에 태극기 3개가 나란히 펄럭이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한국 남자 탁구 대표팀의 주영대(48·경남장애인체육회)와 김현욱(26·울산장애인체육회), 남기원(55·광주시청)이 도쿄 패럴림픽 개인 단식(스포츠등급 TT1)에서 금·은·동메달을 휩쓸었다.

주영대는 30일 일본 도쿄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결승에서 대표팀 후배인 김현욱을 세트스코어 3-1(11-8, 13-11, 2-11, 12-10)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2016년 리우 대회 은메달리스트인 주영대는 5년 만에 금메달의 꿈을 이뤘다. 아울러 이번 대회 한국 선수단의 첫 금메달 주인공이 됐다.

이미 동메달을 획득한 '맏형' 남기원이 관중석에서 지켜보는 가운데 두 선수는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선보이며 선의의 경쟁을 펼쳤다. 패럴림픽 장애인탁구 한 등급에서 금·은·동메달을 싹쓸이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금메달을 놓고 벌인 '집안 싸움'은 한치의 양보 없이 치열했다. 주영대가 먼저 1세트를 따내며 기선을 제압했다. 막내의 반격도 만만치 않았다. 2세트 강력한 포핸드 드라이브로 맞섰다. 듀스 접전 끝에 또 한 번 주영대가 한 걸음 나아갔다. 3세트에선 김현욱이 불을 뿜었다. 적극적인 공격, 로빙 플레이로 일찌감치 9-1까지 점수 차를 벌린 끝에 승리했다. 마지막 4세트는 대접전이었다. 6-6, 7-7, 8-8, 9-9, 10-10 타이가 이어졌다. 결국 노련한 주영대가 뒷심을 발휘하며 12-10으로 팽팽한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주영대는 첫 패럴림픽이었던 리우 대회 결승에서 영국 에이스 데이비스 롭과 혈투 끝에 1-3으로 패했다. 당시 3세트 8-5로 앞선 상황에서 내리 6점을 허용, 9-11로 내준 것이 패인이었다. 두 번의 실수는 없었다. 5년의 절치부심 끝에 기어이 정상에 올랐다.

체육 교사가 되고 싶어 경상대 체육교육학과에 입학한 주영대는 교사의 꿈이 영글어가던 1994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했다. 4년 동안 집 밖에 나오기 힘들 만큼 큰 시련에 빠졌다. 그는 PC통신을 통해 '동병상련' 장애인들과 아픔을 나누며 서서히 몸도 마음도 회복해갔다.

컴퓨터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주영대는 2008년 복지관에서 재활운동으로 탁구를 시작하면서 평생 진로로 생각했던 스포츠의 길로 다시 들어섰다. 눈부신 운동신경은 도망가지 않았다. 2014년 인천장애인아시안게임에서 태극마크를 단 이후 한국 패럴림픽 탁구의 간판이 됐다. 주영대는 "리우 대회 때 못한 걸 이번에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애국가를 따라 부르는데 울컥했다. 태극기 세 개가 올라가는 걸 보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금메달을 따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반신반의했는데 운이 좋게 올라와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아마 현욱이는 나보다 긴장을 많이 해서 진 것 같다"며 후배를 다독였다.

은메달리스트 김현욱은 2011년 낙상사고 후 지인의 추천으로 탁구를 시작해 2018년 세계탁구선수권 금메달을 따내며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첫 패럴림픽인 이번 대회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그는 "지금 당장은 아쉬움이 크지만, 다 같이 메달을 따자고 했었는데 이루고자 했던 걸 이뤘다"며 아쉬움을 달랬다.

동메달을 딴 남기원은 "태극기 세 개를 거는 게 모두의 같은 바람이었다"면서 "동메달의 아쉬움은 있어도 같은 나라에서 1~3위를 함께 한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스럽다"고 했다.

한편 탁구 남자 단식(스포츠등급 TT4) 결승전에 나선 김영건(37·광주시청)은 '리우 디펜딩챔프' 압둘라 외즈튀르크에 세트스코어 1-3 (11-9, 6-11, 7-11,10-12)으로 역전패해 은메달을 획득했다.

한국 장애인 사격의 간판 박진호(44ㆍ청주시청)는 동메달을 획득하며 생애 첫 패럴림픽 메달을 목에 걸었다. 사격에서 나온 첫 번째 메달이기도 하다. 박진호는 사격 남자 10m 공기소총 입사 SH1 결선에서 224.5점을 쏴 둥차오(246.4점ㆍ중국), 안드리 도로셴코(245.1점ㆍ우크라이나)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도쿄=도쿄패럴림픽 공동취재단
김기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