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탈레반이 이슬람국가(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인물 6명을 체포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4명은 아프간인,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다.
2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더타임스 등 외신에 따르면, 탈레반의 범죄수사 책임자 울라위 사이풀라 모하메드는 “26일 밤 카불 서부에서 총격전을 거쳐 IS 조직원으로 추정되는 6명을 체포했다”며 “4명은 아프간인, 2명은 말레이시아인”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IS 아프간 지부인 IS-K가 카불 공항 인근에서 자살폭탄 테러를 저지르고 몇 시간 뒤 붙잡혔다. 당시 테러로 아프간인과 미군 등 170명이 숨졌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IS에 가담한 자국민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다.
모하메드 책임자는 “우리 탈레반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36개국 동맹군도 물리쳤다”며 “IS가 어디에 있든 잡아 죽일 수 있다”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국제사회에서 ‘정상 국가’로 인정받기 위해 새 정부 구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탈레반에게도 이번 테러는 대형 악재다. 공항 외곽을 경비 중이던 탈레반 대원도 28명이나 숨졌다.
하지만 탈레반은 전날 미군이 공격용 무인기(드론)로 IS-K 집결지인 동부 낭가르하르주(州)에 보복 공습을 감행해 고위급 조직원 2명을 제거한 것을 두고는 “아프간 영토에 대한 공격”이라며 날을 세웠다. IS-K 보복을 이유로 미군 철수 시한이 연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발언으로 보인다.
미군이 막바지 철수 작업 중인 아프간에선 탈레반과 IS 간 충돌로 또 다시 전운이 감돌고 있다. 드미트리 쥐르노프 아프간 주재 러시아 대사는 이날 러시아 유명 언론인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탈레반과 IS 사이에 타협 없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K가 저지른 카불 공항 테러는 미국이 아닌 탈레반에 대한 도전이었다”며 “탈레반이 아프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쥐르노프 대사는 카불 입성 직후에 테러가 벌어졌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탈레반이 이번 테러로 이미지에 타격을 입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탈레반이 말레이시아인 IS 조직원 2명을 구금한 것으로 안다”며 “탈레반이 더는 이런 일이 없도록 IS를 가혹하게 사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