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을 점령한 이슬람 무장조직 탈레반이 1~2주 안에 새 정부 내각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카불 공항 테러의 배후를 자처한 이슬람국가 호라산(IS-K)을 겨냥한 미국 보복 공습에 대해선 “아프간 영토에 대한 공격”이라며 맹비난했다.
2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자비훌라 무자히드 탈레반 수석대변인은 이날 “1~2주 안에 새 내각 구성을 끝낼 것”이라고 밝혔다. 애초 “다음 주에 내각이 발표된다”고 말했다가 추후 별도로 음성메세지를 보내 발언 내용을 “1~2주”로 수정했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공중보건부와 교육부, 중앙은행 같은 정부 핵심 기관을 운영할 관리들은 이미 임명됐다고 설명했다. 탈레반은 수차례 “포용 정부”를 약속했으나, 앞서 임시로 임명한 장관 대행자들은 모두 탈레반 인사로 채워진 상태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여성의 입각 여부에 대해서도 “지부도가 결정할 문제이며 어떤 결정을 내릴지는 예상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여성 인권 문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새 정부가 출범하면 경제난도 완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아프가니(아프가니스탄 통화) 가치 하락은 급변한 상황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며 정부가 기능하기 시작하면 정상을 회복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탈레반이 아프간을 점령한 이후 식료품 값이 급등하고 수도 카불의 은행들은 문을 닫았다. 탈레반은 이날 은행에 영업 재개를 명령하고, 1인당 인출액을 일주일에 2만 아프가니(약 200달러·23만 원)로 제한했다.
무자히드 대변인은 사흘 앞으로 다가온 미군 철군 완료 시한(31일)을 언급하며 “미군이 떠나면 탈레반이 카불 공항을 전면 통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전날 미군이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IS-K를 공습한 것은 아프간 영토에 대한 명백한 공격”이라고 비난했다. 미군은 26일 170명이 숨진 카불 공항 자폭 테러에 대한 보복 조치로, IS-K의 집결지인 아프간 동부 낭가르하르주(州)에 보복 공습을 감행해 IS-K 고위급 조직원 2명을 제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이 끝이 아니다”라며 IS-K에 대한 추가 보복까지 예고한 상태다. 미국이 IS-K 보복을 이유로 아프간 철군을 연기할 가능성을 우려한 탈레반이 정부 구성에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