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을 3주 앞둔 예비 아빠" "갓 스물이 된 청년인데…"
아프가니스탄 카불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 인근 폭탄 테러로 17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가운데, 대피 작전을 수행하다 숨진 미군 장병들의 안타까운 사연도 전해지고 있다. 미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전사자 신원을 공개하진 않았으나, 일부 유족 등이 온라인에서 애도를 표시하면서 희생자들의 생전 모습이 알려졌다.
테러 이튿날인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사망자 중 한 명인 미 해병대 소속 라일리 매콜럼(20)은 아기 출산을 3주 앞둔 예비 아빠였다. 미 와이오밍주(州) 출신인 그가 아내와 함께 운영해 온 것으로 추정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보면 지난 5월 결혼식 사진이 게재돼 있다. 부부는 자신들을 '예비 부모'로 소개했다. 마크 고든 와이오밍 주지사는 매콜럼의 사망 소식을 전하면서 "카불 테러 공격으로 우리 주민 한 명을 잃은 소식을 듣고 충격이 크다"며 애도를 표했다.
2년 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해병대에 합류한 매콜럼에 대해 그의 누나는 언론 인터뷰에서 "동생은 평생 해병을 꿈꿨고 보병 복무를 결심했다"며 "복무를 끝내면 역사 교사와 레슬링 코치가 되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누나도 SNS에 "가슴이 찢어진다. 사랑해"라는 글을 남겼다. 특히 "얼른 돌아와. 빨리 내 조카(매콜럼 부부의 아이)를 보고 싶다"고 적힌 이달 초 게시글은 많은 시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희생자들 중엔 9·11 테러로 아프간 전쟁이 발발한 2001년 태어나 올해 갓 스물이 된 병사가 유독 많다. 매콜럼을 포함, 최소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러 전날 카불 공항에서 아프간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사탕을 건네는 자신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부친에게 보냈을 정도로 이번 임무에 대한 자부심이 남달랐던 해병 카림 니코이(20)도 그런 경우다. 집으로 찾아온 해병대원으로부터 비보를 접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은 아프간 전쟁이 시작될 때 태어났고, 전쟁이 끝나니 생을 마감했다"며 오열했다.
20대 초반의 해군 의무병 막스톤 소비아크(22)도 이번 공격으로 숨졌다. 고등학교 시절 축구팀 소속 우등생으로 활약했던 그는 평소에도 암벽 등반, 스키 등을 즐기는 운동 마니아였다. 군인 친구들과의 사진을 SNS에 올리며 부대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던 그였다. 소비아크의 누나는 SNS에 "동생은 목숨을 구하는 일을 돕다가 세상을 떠났다"는 글을 남기며 숨진 동생을 추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