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력자' '특별공로자' '특별기여자' 아프간 입국자는 왜 이름이 많을까

입력
2021.08.28 12:00
구출 작전 설명할 땐 '조력자'
국내 입국 자격은 '특별기여자'
'특별공로자' 표현은 법적 지위 때문에 논란


'조력자' '특별공로자' '특별기여자'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입국한 아프가니스탄인 한국 정부 협력자 및 가족 390명 관련 뉴스를 보면 이들을 부르는 이름이 그때그때 다르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처음 국방부에선 '조력자'란 표현을 썼고요. 이들을 "난민이 아니라 특별공로자"라고 한 외교부 측의 언급은 비판을 받았으며, 법무부에서 '특별기여자'라는 표현으로 정리했습니다.

400명 가까운 외국인 협력자와 가족을 긴급 수송하고 국내에 수용하는 일까지 모두 전례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인데요.


구출 작전 중엔 "조력자"

정부 측에 따르면 국방부와 외교부는 당초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을 카불에서 탈출시키면서 이들을 '아프간 조력자'로 불렀습니다. 국방부는 "아프가니스탄 재건에 참여했던 시기에 주 아프간 한국대사관, 바그람병원, 직업훈련원 등에서 수년간 협력을 제공해 왔던 분들과 이들의 가족"이라고 정의했는데요.

현재 미국과 영국, 독일 등 여러 파견국이 자국민은 물론 영주권자와 현지 고용 직원을 대거 탈출시키는 작전을 마쳤거나 여전히 수행 중입니다. 27일 현재 각국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미국이 약 8만8,000명, 영국이 1만5,000명, 독일이 5,100명, 이탈리아는 4,400명을 이동시켰는데, 이 중엔 각국 자국민도 있지만 대부분이 아프가니스탄 국적자로 알려져 있죠. 한국도 비록 이들 나라처럼 수가 많지 않지만 현지 고용 인원이 있었던 만큼 같은 조치를 취한 셈입니다.


"난민 아닌 특별공로자" 외려 논란 불러

정부의 표현 가운데 특히 비판을 받은 것은 '특별공로자'입니다. 최종문 외교부 제1차관이 25일 브리핑에서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로서 국내에 들어온다"고 표현한 것이 문제가 됐는데요.

해당 표현은 해외 언론을 통해서는 '유공자(people of merit)'라는 번역으로 알려지면서 찬사를 받기도 했지만, 국내에서는 '특별공로자'가 우리 국적법과 출입국관리법에 규정돼 있는 법률적 용어인 '특별공로자'와 헷갈릴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국적법에 따르면 '특별공로자'는 일반 귀화 요건을 갖추지 않아도 한국 국적을 쉽게 얻을 수 있으며,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한국 법령을 준수하는 등 품행이 단정'한 것만 확인되면 영주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요. 특별공로자로서 특별귀화가 인정된 사례는 1948년 국적법 시행 이후 단 9명에 그칠 정도로 드물기 때문에 아프간 조력자라 하더라도 이 같은 혜택을 줄 수 없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논란이 일자 외교부 쪽에서는 해당 표현이 국적법상 '특별공로자'를 뜻하는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고, 법무부는 '특별기여자'란 표현을 사용했어요.



새 지위 '특별기여자', 해외선 다수 국가가 시행

법무부가 사용한 표현인 '특별기여자'는 새로운 제도입니다. 법적 지위로는 난민과 같지만, 이번에 입국하면서 까다로운 난민 인정 절차를 면제하고 'F-2' 체류 자격을 얻게 됐어요. 이 자격에 따라 5년 동안 체류하면서 취업도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들에 대해 "난민보다는 생계비나 정착지원금, 교육 등에서 더 많은 배려가 있을 예정"이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분쟁 지역에서 위기에 빠진 이들을 위해 특별한 이민 자격을 주는 제도가 한국에선 처음이지만, 다른 아프간 파견국의 경우 비슷한 제도를 갖추고 있습니다. 앞서 미국, 호주, 뉴질랜드 등은 각국 정부에 고용돼 통역 등 조력을 제공한 아프간인들에게 특별 비자를 발급하거나 재정착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해 왔어요.

옛 아프간 정부가 유지되던 시점에도 여전히 세력을 유지한 탈레반이나 반군 무장세력이 이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특별이민비자(SIV)제도를 사용해 2008년 이라크 전쟁에서 미국 정부에 고용됐거나 미군의 작전을 지원한 이들에게 비자를 발급해 입국시켰는데, 아프간인에 대해서도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어요. 이 제도로 미국에 입국할 때 배우자와 미성년 자녀를 동반할 수 있는 점도 한국의 '특별기여자'와 같습니다. 호주와 뉴질랜드도 2012년부터 비슷한 제도를 실시해 아프간인 통역사들이 이들 나라에서 정착할 계기를 마련했어요.

한국 관련 민간기관이나 비정부기구(NGO)에서 일한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구출 작전은 실시되지 않았습니다. 우리 정부는 현재까지는 쉽지 않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요.

미국은 2일 정부 외 자국 미디어나 비정부단체와 협력한 이들을 위한 새로운 난민 범주(P-2)를 만들어 이들을 수용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그 외 아프간 난민의 경우는 미국 이민국에 '인도적 임시 입국(humanitarian parole)'을 신청하면 적극 검토하겠다고 26일 발표했어요.

인현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