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 정부 활동을 지원했던 현지인 협력자와 가족 377명이 27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에 있는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이들의 임시 거주를 수용한 주민들은 궂은 날씨와 방역 탓에 현장 마중 대신 현수막으로 환영의 뜻을 전했다. 국내 이송 대상 아프간인 390명 중 남은 13명도 이날 오후 입국을 완료했다.
전날 입국한 337명은 이날 오전 숙소였던 경기 김포시 호텔 앞에서 국방부와 법무부가 마련한 버스 13대에 탑승, 고속도로 순찰대의 에스코트를 받으면서 진천으로 이동했다. 오전 8시 30분부터 출발한 선두 그룹 5대는 낮 12시 8분 인재개발원에 도착했다.
강성국 법무부 차관과 인재개발원·충북도 관계자 등이 기다리고 있다가 버스가 들어설 때마다 손을 흔들어 환영했다. 버스 도착을 앞두고 유복렬 법무부 국적·통합정책단장은 이들에게 "아프간 문화에선 왼손과 오른손이 구분되고, 왼손으로 인사하면 안 된다"고 주의를 주기도 했다. 아프간 사람들은 연이은 이동에 지친 기색이었지만, 환영객들에겐 미소와 함께 손을 들어 화답했다.
앞서 이들은 전날 오전 4시 53분(한국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바마드 공항에서 한국군 수송기 KC-330을 타고 11시간여 만인 오후 4시 28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일반 난민이 아닌 특별기여자 신분이다. 입국 직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진단을 위해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받고 임시 격리 장소인 김포시 호텔에 투숙했다. 검사 결과 양성 판정을 받은 사람은 없어 전원이 함께 진천으로 이동했다. 다만 판정값이 애매한 미결정자 17명은 인재개발원에서 재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인재개발원 주변엔 덕산읍기업체협의체, 진천군민, 충북참여자치시연대 등 명의로 아프간 특별기여자들을 환영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여러분의 아픔을 함께한다' '한국 입국을 환영한다' 등의 문구가 적혔다. 다만 코로나19 4차 대유행과 장대비 내리는 날씨의 영향으로 현장에 마중나온 주민들은 거의 없었다.
진천 인재개발원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발병 지역인 중국 우한에서 입국한 교민들을 수용한 곳이다. 당시에도 반대 입장을 접고 교민 수용을 받아들였던 지역 주민들은 이번에도 낯선 이들을 포용했다. 실제 아프간인들을 인재개발원에 임시 거주시킨다는 정부 결정이 알려진 지난 24일 덕산읍 주민과 이장단은 대책회의를 한 뒤 수용 의사를 진천군에 전달했다. 이시종 충북지사는 "일부 불만이 없진 않았지만, 주민들이 대승적 차원에서 양해하고 환영 현수막도 걸었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인재개발원에 묵게 된 377명 가운데 110명이 만 6세 이하 영유아다. 강 차관은 "육아를 위한 시설은 따로 없는 터라 가족들과 협의해 불편한 사항이 있으면 해소해 나가겠다"며 "2주간의 격리 기간이 지나면 임시 보육시설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식사는 이들의 종교를 감안한 식단으로 구성된다.
파키스탄에서 뒤늦게 출발한 아프간인 13명도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들도 PCR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을 받아 이날 밤 인재개발원에 입소했다. 이들을 포함한 입국자 390명은 정착지가 정해질 때까지 6~8주가량 인재개발원에 머물면서 정착 교육을 받게 된다.
한편 외교부는 당초 전날 한국 도착 인원이 378명이라고 발표했지만 실제로는 377명으로 확인됐다. 외교부는 이에 대해 한국행을 위해 아프간 카불에서 파키스탄으로 이동한 현지인이 총 391명이었지만, 신원 점검 과정에서 당초 명단에 없던 1명을 발견해 카불로 돌려보내면서 집계에 착오가 생겼다고 해명했다.